산림청에서 선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그들이 살 만한 곳에는 여전히 풍성하니 감사하기만 하다. 꽃이 피는 여름에는 꼭 꽃을 보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초여름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그 날, 그 곳에서 쥐방울덩굴의 꽃을 만났다.
제법 큰 쥐방울 열매의 모양을 통해 '쥐방울덩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니 작은 꽃은 어쩌면 이름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이름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말방울'(쥐방울보다는 클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을 닮아서 '마도령'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화사하지도 않은 꽃이 덩굴줄기를 이용해서 하늘로 하늘로 향한다. 높이 올라가 가을이 되면 낙하산을 닮은 열매 속에 들어 있는 씨를 온 세상에 널리 날리겠다는 꿈이 그들을 하늘로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쥐방울덩굴이 희귀 및 멸종식물이 되었으니 그들을 먹이식물로 살아가는 곤충들의 개체도 그만큼 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작은 풀 한 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도 함께 없어진다는 당연한 사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결국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인간에게도 도미노처럼 다가올 것을 생각하니 '이대로는 안되는데'하는 위기감이 밀려온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그들과 꼬리명주나비, 사향제비나비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사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아주 작은 자연의 일부라도 결국은 우리 인간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자연이라도 그들이 살지 못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것이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브라질에서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라는 말로 흔히 쓰여지는 말인데 쥐방울덩굴이 희소해지는 만큼 그들을 먹이식물로 삼고 있는 나비도 희소해지고, 그것이 여러 단계들을 거치면서 결국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람 없이도 자연은 넉넉한 삶을 살아가겠지만 자연 없이 인간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쥐방울덩굴을 다시 찾아 꼬리명주나비나 사향제비나비의 애벌레도 찾아보고, 하늘을 훨훨하는 그들도 만날 채비를 해야겠다. 쥐방울덩굴이 있는 그 곳에는 분명히 그들이 있을 것이다. 그가 있는 곳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기대다. |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