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의 명패




미국의 최남단 섬 키웨스트에는 『노인과 바다』가 탄생한

헤밍웨이의 집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키웨스트에서 헤밍웨이의 집 못지않게 미국인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

리틀 백악관(little White house)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S 트루먼이 겨울에

워싱턴의 백악관을 떠나 이곳에서 집무를 해 붙은 이름이다. ‘겨울 백악관’인 셈이다.

1946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한 지 86일 만에 급서하는 바람에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은 트루먼은 재선에 성공해

53년 1월까지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모두 175일을 키웨스트에서 보냈다.

이런 리틀 백악관에는 트루먼의 집무실이 원래 모습 그대로 보관돼 있다.

특히 집무실 책상 위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명패가 있다.

앞 면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뒷면에 ‘I am from Missouri’(나는 미주리 출신이다)’라고 적힌 명패다.

트루먼은 명패대로 세계사의 운명을 좌우한 숱한 결정을 내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성도 그의 몫이었고,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 결정을 내려 2차 세계대전을 끝낸 것도 그였다.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미군의 참전을 지시했다.

이런 트루먼을 향해 영국의 처칠은 “솔직히 난 당신을 얕보았다.

무엇보다 루스벨트 대신 미국 대통령이 된 게 싫었다.

그러나 당신은 그 누구보다 서구문명을 잘 지켜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트루먼은 대통령이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결단이라고 했다.

2000년 미국의 대통령 학자들과 역사학자 58명은

트루먼을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시어도어 루스벨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대통령직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키웨스트의 리틀백악관에는 트루먼이 남긴 어록도 보관돼 있다.

“지도자는 잘된 결정을 내리는 게 제일 좋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게 그 다음이며,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게 가장 나쁘다.”

2012년은 새 지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해다.

중국의 지도자가 바뀌고, 미국·러시아·프랑스, 그리고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자를 뽑는 대선은 인기투표가 아니다.

우리가 뽑는 지도자는 크건 작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아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내릴 사람들이다.

결단하지 않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라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선

요즘 대통령과 집권당의 존재감이 부쩍 쪼그라들었다.

측근 비리가 터져도 대통령은 말이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야당이 폐기하겠다는 데도 나서는 이가 없다.

그러면 대체 ‘패(Buck)’는 누가 돌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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