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상상도 못 했을 일"…되살아나는 '원전 신화'

美·유럽, 10여년 만에 '親원전 유턴'
"가장 저렴한 넷제로 달성법"
"원전 봉인 해제하자"…34개 국가 공식선언
유럽서 첫 원자력정상회의
신흥국 신규건설 지원 등 합의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원전 유턴’을 선언했다. 기후 위기 속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 원전만 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의장국인 벨기에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공동 개최한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34개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최고위급 다자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국가는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첨단 원자로 조기 배치 등을 위한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봉인돼 있던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완전히 깨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또 “모든 국가, 특히 신흥 원전 국가가 에너지 믹스(한 나라의 전력 발생원 구성)에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자”는 데 합의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사양길에 접어든 원전의 부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 중립’이라는 주요국의 지상 과제를 달성하는 데 필수 전력으로 여겨진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원전 가동 연장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원전 발전 용량 5위 국가인 한국은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원자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업 발전과 탄소 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원자로 배치·핵연료 공급 등 美·유럽 등 에너지 안보 협력 합의
기후위기·에너지대란에 부활 요구…EU 내 신규 원자로 60곳 건설 중

21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올해 상반기 EU 의장국인 벨기에의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브뤼셀의 아토미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브뤼셀 엑스포에서 하루 일정으로 열린 원자력 분야 최초의 다자 정상회의에 초대받은 인사다. 아토미움은 지름이 18m에 달하는 9개 구를 12개 선으로 연결해 만든 102m 높이의 초대형 건축물이다. 철 원자를 1650억 배 확대한 모습으로, 핵분열 순간을 형상화했다. 1958년 만국박람회 유치국이었던 벨기에가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홍보하기 위해 세웠다.

 

○“원전 없이 기후 대응 불가”

그로부터 약 70년이 흐른 현재 세계 각국에서 ‘원전 신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벨기에와 이번 회의를 공동 주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 용량을 키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원자력은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기점으로 선진국들의 정서를 지배했던 ‘원전 포비아’는 온데간데없어진 채 “잠들어 있던 원전을 깨우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AP통신은 “10여 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주요국이 앞장서 ‘원전 유턴’에 나선 배경에는 기후 위기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원전 없이는 기후 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없다”며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선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0년 대비 세 배로 늘리기 위해 협력하자고 합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2050 넷제로(탄소중립)’라는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에너지로 평가되지만 그 비중은 전 세계 전력 발전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반핵’ 獨 지고 ‘친핵’ 佛 뜨고

이 같은 변화는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EU 역내 생산 전력의 21.8%(2022년 기준)가 원전에서 나온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주도한 반핵 정서에도 불구하고 원전 의존도가 높게 유지되던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독립’ 필요성까지 불거졌다. 현재 EU 내 12개국에서 100개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약 60개가 건설 단계에 있다. 일부 국가는 러시아산 기술과 농축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프랑스를 필두로 친(親)원전 국가의 영향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년 새 급속도로 커졌다. 프랑스는 EU 전체 원자력 발전량의 48.4%를 생산하고, 전체 투자액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원전 강국’이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핀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10개국과 이른바 ‘원자력 동맹’ 구축에 나섰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문에는 이들 국가 외에도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웨덴 등 독일·오스트리아를 제외한 유럽 국가 대부분이 서명했고, 미국도 가세했다. 존 포데스타 미 백악관 국제기후정책 선임고문은 “세계은행을 포함한 국제 개발은행의 원전 지원 제한 규정을 없애려는 프랑스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원전 모델 덕분에 프랑스는 몇 안 되는 전력 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기회이며, 석탄·가스에서 벗어나 원전·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서명국들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이 보장된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첨단 원자로의 조기 배치, 핵연료 공급 등의 자원 안보 분야 협력에도 합의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15개 EU 회원국이 SMR 개발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생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남아 있고 중국과 러시아에선 이미 가동 중”이라며 유럽에서의 원자력 부흥 움직임이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종섭을 위한 거짓말... '뇌관' 건드린 윤석열 정부

[주장] 윤석열 정권의 '이채양명주'... 폭발이 코 앞이다

/오태규

 


마실 수 없습니다. '이채양명주'는 술이 아닙니다.

저도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중국에서 새로 출시한 명주의 이름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전혀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이채양명주'는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다섯 건의 비리 사건들의 목록입니다.

각 사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조합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이름을 지으면서 술 이름처럼 보이도록 한 것은

사람들이 외기 쉽고 전파하기 쉽게 하려고 한 듯합니다.

작명의 지혜라고나 할까요.

이태원 참사-채 상병 죽음-양평 고속도로-명품 가방-주가조작

이태원 참사에서 '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사건에서 '양',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디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서 '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에서 '주' 자를 끌어와

'이채양명주'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보고 아쉬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송 수해 참사도 빠지고, 고발 사주 사건도 빠지고,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라는 호칭을 안 붙인 방송사에 행정지도를 하고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좋음을 뜻하는 '1'을 내보낸 방송사에 제재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언론 탄압 사건도 빠졌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한정된 다섯 글자 안에 윤 정권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비리를 다 쓸어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비리를 일일이 다 집어넣어 표현하겠다는 욕심에

글자 수를 마구 늘리면 기억하기 어렵겠죠.

 

더 중요한 건 '이채양명주'라는 단어가 탄생하는 순간 그 뜻이 다섯 개의

구체적인 사건을 뛰어넘어 윤 정권의 총체적 비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넓어졌다는 겁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의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은,

'이채양명주'라는 조어의 유효성을 잘 드러내 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법과 정의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

국가 기구를 사유화하는 비리의 실상을 폭로해 주는 교과서입니다.

지금 이종섭 사건과 관련해 나오는 비판들은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주요 피의자를 출국금지까지 풀어주면서 내보냈다는 것,

피의자를 대사 임명이라는 편법을 사용해 나라 밖으로

도피시켰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문제죠.

하지만 저는 그런 비판은 곁가지의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도피가 문제가 아니라 애초 중요 피의자인 그를 대사로 임명한 것이 가장 큰 잘못입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도피성 출국'을 한 이 대사가

'조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귀국할 수 있다'라고 눙치고 있지만,

조사받으러 들어오느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닙니다.

이종섭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의 문제'
   
주재국에 파견돼 나라의 주권을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는

어떤 공직보다 철저하고 세밀한 검증 절차를 거칩니다.

최근에는 직업 외교관 중에서도 작은 흠결 때문에

대사 임용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누구는 사소한 잘못으로 공관장이 될 수 없고 누구는 잘못이 크고 명백한데도

공관장으로 나가는 것은 공정의 파괴입니다.

대사직을 임명자가 맘대로 꺼내쓸 수 있는 사유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종섭 대사는 그동안 직업 외교관에게 들이대 온 검증의 잣대로는

절대 대사직에 임명될 수 없는 신분입니다.

 

어떤 사건이든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외교관이 수사 진행 중에

대사나 총영사로 나간 적이 있는지만 살펴봐도 쉽게 답이 나올 겁니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검증 업무를 하는 법무부도, 공관장 인사를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외교부도 '보이지 않는 힘'에 눌려 찍소리도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로 밖에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종섭의 선택도, 법무부의 검증 부실도,

외교부의 무사안일도 아닙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그를 주호주대사로 내보내려고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바로 대통령이 문제입니다.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종섭 대사는 지난해 9월 채 상병 사건 개입 문제로

국회에서 탄핵당할 위기에 처하자,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대사는 상대국에 아그레망을 받아야 하고, 통상 이런 절차는 1~2개월 걸립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그를 주호주대사로 보내려고 결정한 시점은

대략 1월 중순께일 가능성이 큽니다.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수사 착수 넉 달 만에 국방부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실시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이 대사뿐 아니라 그에게 외압을 가하도록 지시한 사람이나 세력이 초조할 수밖에 없는 때입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이 대사 임명과 관련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습니다.

전임 대사가 정년으로 임기가 끝나 잠시도 대사 자리를

비워놓을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 대표적입니다.

 

전임 대사가 지난해 12월로 정년이 된 건 맞지만, 외교공무원 임용령에는

정년을 초과해도 할 수 있는 수십 개의 자리가 적시돼 있습니다.

호주대사도 그런 자리 중 하나입니다. 전임 대사는 윤 정권 때인 2022년 12월에 부임했는데,

그 자리가 '정년 초과 가능 직위'가 아니었다면 그때 내보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모순과 거짓말... '총체적 비리' 부각하는 '뇌관'

대사를 바꿀 때 공백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도 헛소리입니다.

윤 정권 때의 사례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2021년 7월 부임한 김건(현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주영국 대사는

다음 해 5월 귀국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취임했습니다.

후임 대사는 무려 다섯 달 뒤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 부부가

그해 9월 숨진 엘리자베스 여왕을 조문하러 갔을 때는 영국에 한국 대사가 없었습니다.

2021년 8월 31일 윤 정권의 초대 러시아 주재 대사로 부임한 장호진(현 국가안보실장) 대사는,

지난해 3월 외교부 1차관으로 발탁돼 귀국했습니다.

윤 정권은 무려 100일 이상 후임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뒀습니다.

호주가 더 중요한 나라인지 영국과 러시아가 더 중요한 나라인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이 대사 임명과 부임과 관련해 내놓는 말은 상호모순과 거짓투성이로 가득합니다.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질러놓고 사후에 이유를 꿰어맞추려니까,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거짓 해명이 횡행하는 데는 그들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쓰고 전하는 미디어의 책임도 큽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에 사임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도청 사건을 저지른 사실 때문에 물러난 게 아닙니다.

그 사건을 덮으려고 거짓과 증거인멸 등으로 수사 방해를 하다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종섭 사건은 그런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습니다.

이 대사가 공수처의 허가를 받고 출국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에,

공수처가 허가해 준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합니다.


어떤 큰 사고가 터질 때, 여러 요인 중 가장 약한 고리가

폭발을 불러일으키는 뇌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비리와 폭정이 거듭하면서 그것들을 파헤쳐

바로잡으려는 움직임과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정권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김건희 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며 그런 요구를 꾹꾹 눌러 왔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 순간에 불을 댕긴 것이 바로 이 대사의 무리한 임명입니다.

이 대사 임명은 채 상병 수사 개입 사건 없이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종섭 사건이 채 상병 수사 개입 사건이라는 뇌관을 때리고,

그것이 다시 '이채양명주'가 대변하는 윤 정권 비리와 폭정으로 향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정부·여당은 그를 공수처에 자진 출두시키는 것으로 불을 끄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종섭 사건으로 타오른 분노의 불길은 이미 채 상병 사건을 넘어

윤 정권의 총체적 비리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꼼수로 위기를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기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게 이번 이종섭 사건의 교훈입니다. 

 

먹어야 사는 인간, 이 때문에 지구에 일어나는 일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의 재정의

/김용만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자연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식량 확보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고 이를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곤 했다.

인류사는 먹거리 투쟁사라고 볼 수 있다.

먹거리의 최우선 공통 가치는 '삶의 존속'이었다. 살기 위해 먹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먹거리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함께해야 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몸의 내부와 외부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즐길 수 없이 너무 짧은 식사 시간은 고욕이다.

무엇보다 식사는 대화와 소통의 공간이다.
     
먹기 위해 생산되는 전 세계 식품 중에서 3분의 1 가량이 폐기된다.

여전히 기아 상태에 있는 지구인 10%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식품 손실'은 대량생산, 대량판매라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에서 발생되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합리적 재분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먹거리 가치에는 식자재 공급의 균등도 포함된다.
     
단백질은 우리에게 필수 에너지 공급원이다.

지금까지 단백질 공급은 전적으로 동물에 의존해 왔다.

 

현대 축산 시스템은 인류가 원하는 대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축산을 공업화한 결과, 현재 지구상에는 돼지 10억 마리,

소 15억 마리, 닭 5000억 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 가축은 생물학상 한계까지 품종 개량된 상태다.

이런데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축산 산업은 기후 이상 변동의 주요 원인이다.

사육하기 위한 사료와 물, 공기 조절 관리 등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하루 소비하는 물의 양은 200억 리터, 식재료는 10억 톤이다.

반면, 소 15억 마리를 기르는 데는 물 1700억 리터, 식재료 600억 톤이 필요하다.

지구에 가해지는 환경 부하는 상상이상이다.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너무 먼 거리에서 이동해 온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수송 에너지가 사용된다.

 

장기간 이동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파손을 피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든다.

인체와 지구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동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를 경유하는 동안 발생하는 '식품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먹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음식물 쓰레기, 단백질 고갈, 영양소 과잉 섭취에 따른 생활습관병,

격차로 인한 식품의 접근성 문제, 포장 플라스틱의 환경 파괴 등 광범위하다.

모두 지구 생태계 교란과 연결된다.
     
기후위기의 시대, 먹거리는 재정의된다.

생산부터 유통, 분배까지 기존의 방식에서 혁신되고 있다.

 

자연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생산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매스마케팅이나 페르소나를 정해 대량 판매하는 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배의 정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시스템의 합리적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조리하는 시간을 불필요하다고 여기고 아까워한다.

홀로 식사(혼식)를 하는 노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식사를 준비하는 건 단순히 먹기 위함이 아니다.

맛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건강해지고 누군가와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과정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불행해지지 않는다.

요리에 자신 없다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푸드 테크'의 도움을 받은 것도 좋겠다.

金값 된 김값···분식집서 김밥 사라질판

원초 수급량 급감
K김밥 열풍에 수출량은 늘어
마른김 10장 16% 뛴 1158원
가루·파래김 6~11% 인상
 

#서울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메뉴에서

김밥을 제외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들어 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시금치, 계란 등 속재료 가격마저 올랐지만

김밥 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72속짜리(100장=1속) 1박스 가격은 지난 1월 10만 원 오른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만 원이 더 올라 6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A 씨는 “채소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김 가격마저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다”라며 “김밥 없는 김밥천국을 운영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마른 김 10장 가격은 1158원으로

1년 전(999원) 대비 15.9% 올랐다. 구운 김도 10장 기준 1727원으로 6.7% 상승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동원 양반김(5gx20봉)’ 가격은

9480원으로 1년 전(8980원)보다 5.6% 비싸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 및 가공상품 물가가 오른데다 수출에서도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원초가격이 2~3배 인상됐다”고 말했다.

 

김 가격이 오른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원초(채취한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김)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

최근 1~2년 사이 이상 기후로 인해 수온이 오른 데다 병충해가 확산되며

원초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김의 생산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특히 김밥에 사용하는 김밥용 김의 경우 원초 함량이 많아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

통상적으로 김 제품의 특성 상 1년 치 원초를 한 번에 수매해 사용하다 보니

연초에 가격 변동이 생기지만 올해는 공급 자체가 줄어 매달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여기에 K김밥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김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마트, 올곧 등 업체들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냉동김밥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김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김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인 7억 7000만 달러(약 1조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김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김밥 가게들도 김밥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해농은 지난 달 김밥김, 김가루 등 12종 가격을 인상했다.

 

순수 김밥김(220g)은 8500원에서 9000원으로, 파래김(160g)은 6300원에서 7000원으로

각각 5.9%, 11.1%씩 가격을 올렸다.

 

대천김은 구이 김밥용 김(100장 기준)을 1만 15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인상했고,

통미김은 구운 김밥김(100장)을 1만 8500원에서 1만 95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달 서울 지역 김밥 가격은 3323원으로 1년 전(3100원) 대비 7.2%가 올랐다.

 

일각에서는 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일종의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동원F&B는 ‘양반김’ 중량을 기존의 5g에서 4.5g으로 낮췄고,

B업체는 한 봉에 10장이 들어가던 용량을 9장으로 줄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초 수급이 어려워져 생산을 중단한 공장이 꽤 된다”며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로 김을 수입하며 김가루 가격도 두 배 이상 비싸져

일부 식당에서는 만두국 위에 뿌리는 김가루를 생략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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