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핵심 다원지구 난항⋯道 신청사 ‘반쪽 출발’ 위기

다원지구, 동남권 신도시의 삼각 축
2028년 조성 공사 완공 어려울 수도
아파트, 상가 등 후속 개발 수년 소요
지연 시 고은리 행정복합타운도 차질

춘천의 마지막 대규모 도시 개발로 불리는 다원지구. 동남권 신도시의 삼각 축 중 하나로,

고은리에 조성되는 행정복합타운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의 마지막 대규모 도시개발로 불리는 다원지구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22년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다원지구를 삼각벨트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보상 절차가 지연되면서

아무리 일러도 2030년 이후에야 다원지구 내 공동주택이 조성될 전망이다.

 

행정복합타운의 핵심 배후지 역할을 할 다원지구 사업이 지연되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신청사를 중심으로 한 행정복합타운의 기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3월 춘천 다원지구 주민설명회를 열고,

개발 계획과 보상 기준에 대해 안내했다.

 

MS TODAY 취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본조사와 하반기 보상계획 공고 등

절차 마무리 후 올해 말부터 토지 보상이 본격 시작된다.

 

202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고시가 이뤄진 후 2년 만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추진됐어야 할 단계이지만 이미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

 

올해 연말 본격적인 보상이 시작되더라도 주민들의 반발과 입장 차이로 인해

보상 절차와 규모를 두고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조성 공사 착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고상 LH의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8년 12월이지만,

이 완공 시점도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지구 조성은 도시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파트나 상가 입주 등의 과정은 수년이 더 걸린다.

LH 관계자는 “조성 공사 일정과 실시계획 승인에 따라 준공 시점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묵은 도시개발 과제⋯주민 반발이 과제

다원지구는 동내면 거두리 산159 일원 54만2457㎡를 아파트 등 주택(27만9644㎡),

상업시설(1만9848㎡), 도시기반시설(21만9326㎡)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도로와 초등학교 1곳, 주차장 4곳, 공원 4곳, 녹지 등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조성한다.

주거지역인 거두리와 행정중심지인 고은리를 잇는 주요 거점으로, 

4800가구가 거주하게 될 춘천 동남권 신도시 개발의 핵심지역이다.

 

2005년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G5 프로젝트’로 처음 추진됐다가, 

고은리 행정복합타운과 맞물리며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이뤄졌다.

 

토지 소유자들과 주민들의 성토도 쏟아진다.

다원지구에서 만난 한 지주는 “사업이 계속 지연되니 이번에는 정말로

사업이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강원본부 측은 “주민들이 보상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원했지만,

절차상 보상계획 공고 이후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현재 시점에서는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LH가 다원지구 내 토지를 확보하고 보상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과정에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은 규모의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농업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LH는 사업지구 내 농지 2000㎡ 이상을 경작해 도시개발로 농업 손실 보상을 받은

영농인에게 해당 지역 내 20~27㎡ 이하의 상가부지(근린생활시설용지)를 우선 공급한다.

 

그러나 다원지구 내 영농인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농업을 이어가고 있어

이런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3월 기본조사가 시작되기 전, 다원지구 내 일부 지주들은

‘주민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조사를 거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농업협동조합법에선 ‘농업인’의 범위를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LH가 농업인에 대해 생활 대책을 제공하는 기준이

너무 높게 책정돼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주 A씨는 “토지 보상만으로는 터전을 떠나 살 곳을 마련하기 턱없이 부족한데,

원주민들이 공사 기간 거처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라도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에 협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원지구 한 농지에 모종이 심어져있다. 농민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라,
LH의 지침 상 상가부지 등 생활 대책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진=권소담 기자) 
 

▶고은리 도청 시대, ‘반쪽짜리’로 출발 우려

2029년 본격적인 고은리 도청 시대가 시작되지만, 다원지구 아파트 신축은 일러야 2030년부터 시작된다. 

행정복합타운이 기반 시설과 주거지역 부족으로 절반짜리 출발을 하게 될 우려가 높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인근 지역 개발도 숙제로 남았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사이 십수 년을 이어온 개발계획에 이미 주변 땅값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다원지구와 인접한 동내초 근처 한 상가의 경우 개발계획이 처음 거론된

2005년 공시지가가 12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1만8400원으로 3.5배 상승했다.

 

다원지구를 통해 고은리로 접근하는 도로 확충도 문제다.

현재 거두리에서 고은리로 접근하려면 국도5호선을 통해야 한다.

 

다원지구 개발계획에는 거두순환교차로(호반베르디움 앞)에서

동내초등학교까지의 도로 신설도 포함돼 있어, 지구 조성이 늦어질 경우

해당 도로 개통 역시 지연될 수 있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석사동 스무숲 방향이나 춘천순환로를 통해 우회해서

행정복합타운으로 접근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출퇴근 차량이 몰릴 경우, 안 그래도 교통량이 많은 

춘천순환로와 국도5호선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국도 5호선 대체 우회도로 신설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학곡지구와 다원지구 도시개발사업 등이 고은리 행정복합타운과 함께 건설될 경우

급격한 도시화를 겪고, 이에 따른 교통량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 운영비 1800억원’ 강원테크노파크의 충격 실태

 

'그린사이언스' 관련 실무자 징계 조치
각종 사업 무성의 행정, 혈세 허공에
5년새 예산 3배, 직원 2배 급속 성장
“장기 근속 직원들 감각 떨어져” 폭로
“직접 감사 등 대대적인 감시와 쇄신을”

 

/ms투데이

 

강원특별자치도 출자·출연기관인 강원테크노파크(원장 허장현)가

방만·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강원테크노파크는 지역 산업 육성과 도내 기업 지원을 위해 2003년 설립됐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몸집을 키우면서 국비, 시·도비 등

한 해 1000억원을 웃도는 운영비를 집행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허술한 운영으로

혈세를 허공에 날린다는 지적을 받으며

도 감사 단골손님으로 불려 다닌다.

MS투데이는 강원테크노파크의 미진한 사업 실적과 방만 운영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최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플라스틱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을 추진한 태백 소재 그린사이언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강원 ‘미래 산업의 꿈’ 물거품 되나⋯플라스마 공장 경매로 참조)으로

시작된 자체 감사에 따른 조치다.

 

이 업체는 사업을 위한 장비 구매 명목으로 강원테크노파크(강원TP)로부터

보조금 18억원을 받았지만, 현재 경영 악화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도 감사위는 최 전 지사 수사의뢰와 함께 이 사업을 주관한

강원TP 실무자에게 중징계·경징계를 내렸다.

 

당초 그린사이언스 측에서 이행보증증권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사업 기간 3개월 연장을 요청했지만,

강원TP는 이행보증증권을 연장하지 않은 채 사업 기한만 늘렸다.

 

이후 그린사이언스의 경영 부실이 드러났고 보증기간 외

보험사고로 보조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강원TP가 지원 기업에 대해 경영 평가와 채권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혈세 18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강원TP의 안일한 행정은 200억원 규모 태백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청정수소 생산⸱활용 규제자유특구’ 자격 박탈까지 초래했다.

 

강원TP는 2003년 설립된 도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역산업 기술 고도화와

도내 기업의 성장 촉진을 지원하고 지역혁신 거점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정부나 강원자치도, 도내 시·군과 사업 매칭을 통해 예산을 받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올해 본예산은 국비와 도비, 시·군비 등 1800억원(전년도 이월금 984억원 포함)을 웃돈다.

국민의힘 이한영(태백) 강원자치도의원은 “강원TP가 그린사이언스 사업을 주관하면서

컨설팅 제공 등 행정적인 지원을 제대로 했다면 그린사이언스와 200억짜리 R&D사업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에서 출자·출연 기관을 두는 것은 도에서 할 수 없는 행정을 전문가 집단에 맡기기 위해서인데,

현재 강원TP는 하는 일 없이 수수료만 따먹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강원TP의 방만 운영과 전문성 결여로 혈세를 날린 사례는 그린사이언스 뿐만이 아니다.

앞서 ‘액화수소 드론 택시(UAM) 시제기 개발 지원 사업’에서도

강원TP의 부적정한 사업비 집행으로 수십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2021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각종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강원TP가 이 사업을 전담한 수도권 소재 업체를 부적정하게 선정하고

도비 131억원을 집행하면서 보험증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다는 게 도 감사위 설명이다.

 

도는 전액 환수 방침을 내세웠지만, 최소 20억원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감사위는 당시 김성인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센터에 입주한 기업 재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행정 업무를 소홀히 해 재정을 낭비한 사례도 있다.

 

도 감사위원회 종합감사 처분요약서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테크노파크 소속 한 센터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입주 기업의 임대차 계약을

소홀히 해 77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

 

해당 기업이 직전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입주기업심의위원회를 건너뛴 채 입주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보증보험증권을 연장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강원TP 급속한 조직 확대⋯전문성·도덕성은 의문

강원TP는 2018년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산업계 혁신의 바람이 불자

목표 가치를 ‘4차산업 혁명’ ‘신산업 육성’으로 두고 급속하게 조직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정원인 120명을 크게 초과한

160명(정규직 113명·계약직 44명·파견직 3명)까지 불어났다.

이는 2017년 말 기준 75명(정규직 56명·계약직 15명·파견직 4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예산 규모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총예산은 5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0년에는 1100억원, 올해는 1800억원대까지 상승했다.

강원TP에서 다루는 예산이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덩치만 커졌을 뿐 임직원들의 전문성은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허장현 원장은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출신이다.

 

허 원장 인선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적임자로서보다는

강원대와의 인사 교류 성격이 강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강원TP 내부에서도 임직원들 능력이 정부 정책이나 도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한참 뒤떨어진 데다 배우려는 의지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원TP 직원 A씨는 “기존 직원들 능력이 안 되니 그때그때 신규 채용하며

조직 덩치만 커지는 것”이라며 ”이러다 드론택시나 그린사이언스보다

더 큰 대형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실한 감시 ‘사각지대’가 불러온 실태

 

또 다른 문제는 강원TP 조직이 물리적으로 쪼개져 있어 전반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직원들이 연구활동비를 허위로 작성하고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사업 과정에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 3명이

등록부에 허위서명하고 400만원에 달하는 14건의 지출서류를 증빙했다.

 

이후 출장 허가 없이 자택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쓰거나

출장지로 올린 장소와 다른 곳에서 연구활동비를 지출한 점이 드러났다.

 

강원TP를 견제할 수단도 부족하다.

강원TP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등 다른 출자·출연과 달리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소관 부서인 도 산업국·경제국 행정사무감사에서

TP에 대한 사항이 일부 언급되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대대적인 감시와 쇄신이 있지 않다면

강원도정의 짐이 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기관평가를 비롯한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경쟁력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릿발 속 피어난 칼꽃’ 필법에 서린 구국의지

 
김진우 창검체 묵죽도

영월 출생 독립운동가·서화가
임시의정원 도 대표 의원 활동작품 2점 강원광복기념관 전시

 

 

◀ 이정동 전 강원도의원이 소장한 독립운동가 김진우 작품 ‘쌍청’(사진 왼쪽)과 ‘고수청풍’.
김진우 독립운동가의 항일의지가 담긴 작품으로 강원광복기념관 개관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강원도 대표 의원으로 활동한 김진우 독립유공가(1883∼1950)의 친필 서화를 강원광복기념관 개관전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원주 대곡고미술회 이정동(69) 회장이 소장품 김진우의 ‘고수청풍’ ‘쌍청’ 2점을 무상 임대하기로 하고, 최근중 광복회 강원특별자치도지부장과 만났다.

독립운동가이자 서화가로 유명한 김진우는 영월 후탄리 출생으로 류인석 휘하에서 항일의병으로 투신한 아버지 김준경을 따라 만주로 들어가 청소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서울에서 서화상을 운영하던 중 3·1운동을 계기로 다시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지금의 국회의원 격인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1921년 국내 활동을 위해 들어오던 중 신의주에서 붙들려 징역 3년 형을 받아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전문서화가로 항일 정신과 독립 의지를 담은 묵죽을 주로 그리며 작품으로 사회활동 및 교육기관 육성에 기여했다. 그림 제목으로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시를 쓰거나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작품에 적극적으로 구국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강경하고 예리한 대나무는 금속제의 도검과 창날, 도끼, 능침 등 살상용 병장기에 비유돼 연구자 최완수는 ‘서릿발 속에서 피어난 칼꽃’으로, 최열은 ‘창검체’라는 독자 필법으로 규정했다.

강원광복기념관에 전시될 작품 크기는 가로 31㎝에 세로 130㎝이다. 김규선 선문대 교수는 호 ‘금강산인’을 쓰는 일주 김진우 작품으로 각기 ‘우뚝한 수(壽)에 청정한 기풍’ ‘쌍(난초와 대나무)을 이룬 청정’이라는 뜻의 화제로 여러 폭의 병풍 중 일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9대 강원도의회 의원을 역임한 이정동 회장은 “독립운동가의 항일정신을 담은 작품을 관람객과 같이 나눌 수 있게 돼 보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수십 여 년간 사재를 들여 한 점 두 점 모은 소장품이 서화, 고문서, 도자, 민속품 등을 망라해 2000여 점에 달한다. 이정동 회장은 “소장품 전체를 지방자치단체에 희사해 박물관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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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억 혈세 날리고 승진⋯도청에는 ‘책임’이 없다

[책임지지 않는 도정] 상. '일단시켜'의 씁쓸한 퇴장
강원 공공배달앱, 3년도 안 돼 서비스 종료
"무리한 사업" 경고에도 일사천리로 진행
최기용 당시 과장 등 담당 공무원은 줄승진
12년만 도정 교체에도 건재⋯시스템 개선해야

 

 

2020년 12월 강원특별자치도(당시 강원도)는 중개수수료와 가입비, 광고비가 없는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를 출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었다.

도는 가입자 수와 매출액이 증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뿌리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일단시켜에는 총 27억원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오는 15일 출시 3년도 안 돼 서비스를 종료한다.

가입자 수와 이용 건수가 저조하다는 이유다. 일단시켜는 강원자치도가 벌인 세금 낭비의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년간 공공 배달앱 개발과 홍보 등에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전임 도정이 혈세를 들여 추진한 사업들이 잇따라 실패로 귀결되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최문순 도지사는 3선을 채운 후에 퇴임했고,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오히려 승진해 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업처럼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를 비롯해 윗선에 얼마나 잘 보였느냐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특유의 문화 탓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도지사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도민의 선택을 받을 수라도 있지만 실무 공무원들은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롭다. 이러니 공무원들은 도민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도지사 치적 쌓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실패 예고⋯사업 타당성 조사도 없어

강원자치도에서 ‘일단시켜’ 앱 개발을 주도한 곳은 경제진흥과였다. 당시 최기용 경제진흥과장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강원자치도 대표 배달앱으로 안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중개수수료, 가입비, 광고비가 없는 ‘3무(無)’ 혜택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 많은 가맹점이 가입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도 지역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5~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도는 일단시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선전했던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고 지적한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함인데, 공공이 만든 앱이 이미 활성화된 민간 배달 플랫폼의 편리성을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수수료 수익이 없는 만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세금 투입이 늘어나 오래 지속하기도 어려운 사업”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일단시켜는 경제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강원도가 일단시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배경에는 최문순 당시 도지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전 지사는 당시 민관협력 플랫폼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고, 민간 배달앱이 높은 배달료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수수료가 없는 공공 배달앱은 도지사 치적을 빛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그야말로 제격이었다”며 “공무원들은 도지사에게 들이밀기 좋은 아이템이니 성공 가능성을 제쳐두고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패 주도하고 줄줄이 승진⋯도정 교체에도 건재

일단시켜 개발을 주도했던 최기용 당시 과장은 현재 도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국장이 돼 있다. 지난 7월 최 국장은 도의회 경제산업위원회 제321회 회의에서 일단시켜 사업 폐지에 대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대면 소비 트렌드로 전환되면서 배달시장의 성장이 둔화해 공공배달앱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강원자치도 대표 배달앱으로 안착시키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사이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강원자치도는 현재도 “일단시켜는 사업 실패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니 혈세를 낭비한 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일단시켜를 주도한 당시 경제진흥과 직원들은 도지사가 바뀐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기용 당시 과장은 2021년 1월 1일 일단시켜 출시 한 달 만에 국장으로 승진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당시 승진 사유는 “전국 최초 코로나19 자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강원도 최초 배달앱(일단시켜)출시”이며 다른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 경제진흥국과 문화관광체육국을 거쳐 현재 경제국장 자리에 앉았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판로 지원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사업과 사회적기업 재정지원 사업 등을 진행한다. 일단시켜 사업을 함께 기획했던 당시 김태훈 경제진흥국장과 김권종 경제진흥과 경제분석팀장도 각각 원주부시장, 균형발전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12년 만에 도정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전임 도정의 실무 담당 공무원들이 그대로 중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실력보다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공무원 사회의 생태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도지사 입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도지사에 충성하는’ 공무원이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도청 내부 관계자는 “최기용 국장은 강원자치도 공무원 노조가 행정망 시스템을 통해 국·과장급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베스트·워스트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간부로 뽑힌 사람”이라며 “명백히 실패한 사업인데 이를 주도한 사람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핵심 국장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도지사가 지시하는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실무자에게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이 권력을 위한 충복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실적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결국 공직자의 책임감과 소신, 강직함이 있어야 하며, 인사권자인 단체장은 뭐든지 시키면 따라야 한다는 제왕적 인식을 버려야 지금 공직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직사회에서 뭔가 서비스를 내놓을 때는 높으신 분 보여줄 시연작을 만드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이후로는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다”며 “실무 공무원들은 설령 잘못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고, 도지사도 이런 공무원들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정이 추후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엄격한 인사 검증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디피코·나야나 실패 뒤에는 ‘예스맨’ 공무원 있었다

도지사의 충신들
디피코·우리도 등 전임 도정 사업 성과 부실
부실 관리·이용률 저조에도 책임지는 이 없어
도 "책임 소재 파악 중. 도민 우려 없도록 할 것"

 
 
강원특별자치도는 2020년 전기 자동차를 강원 대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전기차 생산 업체 디피코를 횡성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도정은 233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3000여명의 고용 창출과 3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디피코는 자금난으로 지난달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 여파로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유치나 추진 중이던 조곡농공단지·이모빌리티 연구 실증단지 분양까지 줄줄이 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전임 도정이 야심차게 진행한 대형 사업들이 실패로 판명나는 사례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단시켜’ 사례처럼 도지사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도청 국장급 고위 간부들이 충실히 이행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실무 책임자이자 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소신껏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낭비되지 않았을 혈세가 너무 많다. ‘공무 수행을 해치는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잊힌 듯한 모습이다.당시 도정이 전기차 클러스터의 ′중심′이라고 홍보하던 디피코는 추진 전부터 자금 조달 문제로 우려를 샀다.

은행 대출 140억원 등 외부 자본을 대규모로 끌어오는 만큼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지금과 같은 부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당시 예상대로 디피코는 임금 체불, 이자연체 등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배경에는 최문순 전 지사의 의지가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이모빌리티) 사업은 최 전 지사가 재임 당시 “강원도 대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던 분야다. 당시 국가 지원을 위한 판로 개척 설명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국가 공모에 선정된 후엔 “이모빌리티 산업의 지속적인 사업 발굴과 행재정적 지원, 정주 여건 개선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도청 실무진들은 최 전 지사의 의지에 따라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최정집 당시 첨단산업국장은 2020년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디피코의 자금 조달 문제를 묻는 도의원들의 질문에 “자금 조달 문제는 전혀 없다”며 “2021년까지 관련 기업들이 모두 이전해 700억원을 투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갖고, 정부 설득도 마쳤다”고 자신했다. 도 관계자는 “추진 당시에도 실패할 사업을 왜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이용자 후기 3건’ 텅 빈 도민 행정 플랫폼

강원도가 51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출시한 통합 비대면 행정 서비스 플랫폼 ‘우리도’도 비슷하다.

도는 87종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행정복지센터 등에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복지 수당과 지원금 등을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출시 당시 최문순 전 도지사가 “나야나(우리도)를 통해 유튜브 꺾을 것” “서비스를 확대해 외국 정부에 수출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우리도는 당초 ‘나야나’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4월 출시, 저조한 이용률로 3개월 만에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출시 후 1년 6개월간 겨우 13만명이 다운로드하는 데 그쳤다. 앱스토어(16일 기준) 내 평점은 2.3점(5점 만점)에 머물렀고 40여개의 리뷰 가운데 올해 올라온 후기는 3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증 번호 오류, 강제 종료 등 기본적인 앱 기능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다. 도민 개개인의 행정정보 87종을 이용해 도정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신청할 수 있는 지원금은 6~7개뿐이다. 우리도 관계자는 “종류를 확장하고 싶어도 중앙부처와 연계된 지원금 등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임 도정이 성공을 자신하며 투자한 디피코는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우리도는 일부 지원금 신청만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 묻는 사람도 없다

담당 공무원들은 실패한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았다. 디피코 사업을 추진한 최정집 당시 국장은 이후 2급에 해당하는 도의회 사무처장에 승진 임명되기도 했다. 현재는 강원테크노파크로 소속을 옮겼으나 디피코 사업 실패와는 관련 없는 인사 조치였다

 

 ‘우리도’ 실무를 담당한 양원모 첨단산업국장과 윤인재 전략산업과장 역시 현재는 각각 도 재난안전실장,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승진에서 밀려난 상태지만 우리도와 관련은 없다. 올해 초 성과 부실로 지원금 회수 및 수사가 시작된 ‘드론택시 시제기 개발지원 사업’의 담당자로서 문책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실패 책임을 묻는 이도 없다. 설령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어도, 이미 물러난 전임 도지사에게만 화살이 돌아갈 뿐이다. 우리도의 경우 오히려 2021~2023년 국무총리상, 행안부 기관상 등을 수상했다는 업적을 홍보한다. 강원자치도 산업국 관계자는 “우리도는 공공 행정 앱으로 배달, 숙박 등 민간 분야와 경쟁하는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 수 등 수치로만 평가하긴 어렵다”며 “현 정부의 과업이기도 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서비스 안착을 위해 최소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제에 따라 도지사가 선거로 선출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도정이 이어지려면 공무원들이 도민을 위한 공복(公僕)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사업을 밀어붙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설사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절차가 부실한 사업을 지시받더라도 거부해야 한다는 것.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 제2장 4조에는 ‘공무원은 상급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를 했을 때 그 사유를 그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거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간부급 공무원일수록 지자체장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정치적이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 사업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은 집행부와 의회가 합의해 5년 이상 단위의 중기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강원자치도 대변인은 실패한 전임 도정 사업 실무자들의 인사 책임에 대한 본지 지적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책임 소재를 파악 중이며, 세출 구조조정을 포함 도민들의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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