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강원도 행사인가

<상>정부-조직위-도 `불협화음'

 /강원일보

 

빙상경기장 설계변경 요구 등 문체부 법령 위반·월권 행위도
정치권 막말 등 갈등 부추겨도 도·동계조직위 제 목소리 못 내
국민 91.4% `유치 찬성' 국가대사 기대효과 1위 `국가 이미지 상승'


개막을 불과 3년4개월 앞둔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와 관련, 정부와 정치권 일부에서 상식 이하의 발언과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 대사'로 정의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가능성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2018동계올림픽 준비 현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국가 대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권·법령 위반 요구, 강원도 무시 서슴지 않는 정부·정치권

문화체육관광부의 평창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에 대한 재설계, 설계변경 요구는 명백한 월권 행위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문체부는 설계변경 등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요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본다면 문체부의 역할은 동계올림픽지원특별법에 따라 경기장 건설비용의 75% 이상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문체부는 법령에 어긋나고 안전을 위협하는 분리발주, 수의계약, 시설물 축소, 설계변경에 대한 자문교수 참여 등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경기 오산시) 의원이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예산 절감과 관련해 `강원도에서 돈 다 내라. 국가가 무슨 호구인가'라고 말해 도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안 의원 발언에 대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도 “안 의원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민 세금이 다 들어가는 일이고 실제 지자체에서 내는 돈이 얼마 안 된다. 거의 75%를 국민 세금으로 해야 되는데”라고 답변해 장관의 인식 역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김 장관의 발언은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79%대 21%인 재정구조까지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기 목소리 못 내는 도·조직위

도와 동계조직위는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도의 경우 평창동계올림픽이 도 전체의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국(局) 단위 조직인 동계올림픽추진본부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의 공식적 대외 창구인 대변인실은 이렇다 할 논평조차 못 내고 있다.

도의회 동계특위 위원인 곽영승(평창) 도의원은 “동계올림픽은 국가적 대사다. 그런데 이를 강원도 행사로 왜곡하는 등의 일부 발언에 대해 도가 너무 소극적으로, 주민들의 분노에만 기대고 있다”며 “도가 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국회의원들과의 공조 등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조직위도 공개적인 목소리는 낮추고 있다. 조직위는 개·폐막식장 변경안이 실현 불가능한 사안임을 알면서도 정부 편들기에 나섰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국민 91.4%가 지지한 국가 대사

동계올림픽유치원회가 2009년 12월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 중 91.4%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찬성했다. 이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부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강원도의 문제로 왜곡하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당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6.9%는 `국가 이미지 및 브랜드 상승'을 평창동계올림픽 기대효과로 꼽기도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인프라 확충 효과를 기대한 응답자는 30.2%에 그쳤다

 

'올림픽 유산'에만 집착하는 평창올림픽조직위와 강원도


지난 10월 13일, 평창군 주민들은 그렇게 어렵게 따낸 동계올림픽을 "반납도 불사하겠다"며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올림픽 개·폐회식장을 평창 대신 강릉에 있는 종합운동장을 개조해서 치르는 안을 정부가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그날 저녁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의 한 호텔에 모였습니다. 예정대로 평창에서 개회식을 치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양호 위원장은 JTBC 카메라 앞에서 "개·폐회식장 위치를 결정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제 정해졌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걱정 하실 것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11년 7월 올림픽을 유치하고, 3년 3개월 만에 돌고 돌아 '예정대로' 확정된 것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강릉'에서 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정부로서는 걱정이 컸습니다. 당초 개·폐회식장은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에 있는 스키점프 경기장 관람석을 증축하기로 했습니다. 300억원도 안 되는 예산이 편성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직위는 4만석 규모의 경기장이 들어서기에 부지가 좁다며 새로 짓자고 했습니다. 공사비는 최소 700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개·폐회식장 주변에 홍보관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올림픽플라자를 함께 지어서 '올림픽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1200억원이 더 필요한 사업입니다. 게다가 조직위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문화시설인 만큼 국비의 비율을 최대치인 7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정부의 편이 아닙니다. 3년 4개월 후면 올림픽을 열어야 합니다. 강원도나 조직위는 틈나는 대로 "공기를 맞춰야 한다" "사전 대회까지 치르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정부를 압박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시간에 밀려 합의를 해나가다 보니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사업들에도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조원 가까이 투입되는 원주-강릉 복선 철도 공사를 연장하는 데 4600억원이 더 투입됐고,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은 지었다가 복구하는 데 2000억원을 써야 합니다. 대관령에 600억원짜리 '올림픽 식수 전용 댐'이 들어서고, 수천 세대의 선수촌과 미디어촌이 강릉시에 새로 지어집니다.

얼마 전 끝난 인천아시안게임 준비 당시에도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개·폐회식장을 짓자는 정부의 제안에 주민들은 대회 반납을 선언하며 반발했고, 시간에 쫓긴 정부는 결국 5000억원짜리 경기장을 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천시는 대회 한 번 치르고 2조원에 가까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인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평창올림픽이지만, 조직위나 강원도의 관심은 "올림픽 유산을 남겨야 한다"는데 집중돼 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총사업비 2조원의 33%를 국고에서 지원받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은 11조원 중 66%인 7조원이나 국고가 쓰입니다. 그만큼 대회가 끝나고 강원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갚아 나가야 할 돈도 천문학적입니다.

이날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나온 조양호 조직위원장과 최문순 도지사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혹시 그 미소가 정부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했다는 안도감 때문은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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