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거미>

거미의 집짓기

 

거미는 안전장치로 한 개의 줄에 또 다른 줄을 친다고 한다.

한 개의 줄이 떨어지면 다른 한 개의 줄이 거미집을 버텨주는 역할을 하도록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다.

거미는 자신의 실샘에서 건축자재인 거미줄을 아낌없이 쏟아내어 거미집을 튼튼하게 짓는다.

여차하면 자재를 빼먹고 부실공사를 하는 사람보다 거미는 훨씬 안전하고 탄탄하게 집을 짓는다.

 

일반적으로 왕거미의 거미줄 직경은 0.0003mm로 대략 누에가 만드는 명주실 직경의 1/10에 해당한다.

왕거미는 허공에 집을 지을 때 자연의 바람을 이용한다.

먼저 집을 짓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나뭇가지나 잎, 건물의 처마 끝에 자리를 잡은 다음,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거미줄을 바람을 이용하여 등반가들이 자일을 던지듯 건너편 목표물에 던진다.

만약에 실패하면 수차례의 시도를 한다. 마침내 거미줄이 바람에 실려 맞은편에 도달하면

거미는 이 줄을 타고 건너편으로 건너다니며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줄을 건설한다. 

이 최초의 다리줄은 거미집 전체를 고정 시키고 새 집을 지을 때 토대로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다.

그러므로 왕거미는 줄을 타고 가다가 몇 번씩 되돌아오면서 이 줄을 두껍게 보강한다.

그리고 중간 지점에서 또 다른 안전줄을 땅으로 늘어뜨리고 그 끝을 'Y'자형으로 땅에 고정시킨다.

뼈대를 형성하는 이 줄은 거미집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왕거미는 이 다림줄을 엘리베이터처럼 타고 오르내리며 작업을 한다.

 Y자 모양의 중심을 교차하는 지점이 거미집의 중심축이 된다.

왕거미는 Y자형의 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줄을 고정 시키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팽팽하게 당긴다.

왕거미는 작은 발톱과 억센 털로 줄을 붙잡거나 자르기도다.

 

Y자형의 뼈대가 완성되면 '망루', 즉 거미집의 중심축에서 바깥쪽 뼈대를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살들을 서까래처럼 촘촘히 추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냥감을 잡아줄 소용돌이 모양의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친다.

 

거미는 먹이를 잡기 위해 두 종류의 줄을 친다.

하나는 자신이 타고 다니는 마른 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끈끈한 줄이다.

 이 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마른 실은 그냥 밋밋한 직선 줄로 Y자 모형의 기초실과

방사실(radius thread)로 그물의 중심부에서 방사상으로 뻗은 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끈끈한 줄은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마치 염주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놓은 나선실(spiral thread)

방사실과 방사실 사이를 이어주는 동심원 상으로 반복된 실이다.

 

거미는 자신의 그물 안에서 어떤 줄이 끈끈한 줄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이 줄을 피해서 다닌다.

집이 완성되면 왕거미는 대개 거미집의 중심축에 떡 버티고 자리를 잡는다.

이곳은 끈끈한 나선 줄로부터 분리되어 아무런 장애도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유 구역'이다.

왕거미는 자신의 거미집 중 가장 안전한 자유 구역에서 거꾸로 매달려 사냥감의 신호를 기다린다.

 

왕거미는 시력이 너무나 나빠서 사냥감의 존재를 촉감으로 감지한다.

거미의 시력은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약한 대신 다리털에 10만개 이상의 접촉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리털에 붙어 있는 센서로 거미는 진동을 감지하고 사태파악을 즉시 알아차린다.

 

먹이가 거미줄에 걸려 출렁하면 거미는 실의 진동을 즉시 감지하고 달려가서

거미줄로 먹이를 얽어매어 뱅글뱅글 돌려가면서 꽁꽁 묶어 매달아 둔다.

 그러나 나비나 나방처럼 미끄러운 비늘이 있어 도망을 치기 쉬운 먹이는 일단 물어서 독을 집어넣어 마비를 시킨다.

 

먹이가 거미줄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잡히는 것은 아니다.

거미줄을 잘라버리고 줄행랑을 치는 먹이가 80%가 넘는다고 한다. 파리만 해도 5초 내에 잡지 못하면 이내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거미는 늘 긴장을 하며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거미줄이 출렁하면 잽싸게 달려 나와 진득진득한 거미줄로 삽시간에 꽁꽁 묶어 버린다.

 

거미는 보통 하루에 한 번 새집을 짓는다. 어떤 거미는 하루에 다섯 번이나 새로 집을 짓는다고 한다.

하루에 제 몸무게의 15% 정도의 먹이를 먹어야 하는 왕거미는 바쁘다.

 사람 같으면 하루에 토끼 너덧 마리를 먹어야 할 정도다.

 

거미줄은 매우 가늘지만 탄력성이 우수하다. 이 원형 거미집은 실제로 작은 곤충에게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가늘지만,

그것을 설계한 거미의 천 배나 되는 몸무게도 견딜 수 있다.

 

그래서 거미줄과 같은 실을 개발하여 군인들이 입는 방탄조끼를 만들고, 낙하산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연필 굵기 두께로 짠 실로 만든 그물이면 점보 제트기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거미집은 하늘을 나는 곤충들에게는 치명적인 그물이지만,

왕거미 자신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가장 크고 완벽한 거미집은 숙련된 어른 암컷 왕거미들이 짓는다.

 암컷 왕거미는 배에 실을 뽑아내는 '방적기'와 연결된 여섯 쌍의 실샘(silk gland)을 가지고 있다.

 거미는 이 실샘에서 집을 짜고, 이동하고, 사냥을 하는 데 필요한 정밀한 품질의 거미줄을 뽑아낸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거미라고 한다.

기록을 보면 4000의 밭에 약 200만 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다고 한다.

거미들이 1년간 잡아먹는 곤충들의 무게를 합치면 주변에 살고 있는 농부들의 몸무게를 모두 합한 것보다 무겁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4억 년 전에 곤충과 함께 지구상에 등장한 거미는 곤충과는 다른

 절지동물(節肢動物,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중 몸이 딱딱한 외골격으로 싸여 있으며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동물 무리)로 분류한다.

거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만여 종이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6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거미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거미를 싫어한다. 우선 외모의 생김새가 음습하고 무시무시하다.

또 거미하면 독이 가득 든 독거미를 상상한다.

 그러나 거미는 농작물과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곤충과 해충을 주 먹이로 삼는다.

만약 거미가 없다면 온갖 해충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들꽃이야기 > 나비곤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대노린재  (0) 2014.07.09
곤충에게 배울 게 참 많다  (0) 2013.06.10
사마귀  (0) 2010.09.20
거미줄  (0) 2010.09.16
방아개비  (0) 2010.09.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