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나타가 있는 풍경 속으로..
올해는 12월 중순에 들어서도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따듯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겨울다운 한파가 보름째 전국을 몰아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폭설이 뒤덮인 꽁꽁 언 얼음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추위가 매서우니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겁을 주기도 합니다.
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질척하고 미끄러운 도로를 살금살금 걸어 도착한 공지천은
역시 시내와는 다른 눈세상입니다.
하얗게 얼어버린 강변과 무심히 지나쳐가는
겨울 특유의 강바람 소리를 가르며 들어선 숲길은
동토의 땅처럼 적막한 분위기에
날씨가 날씨인지라 공지천엔 놀러온 사람들도 거의 없고
평소엔 그렇게 많던 낚시꾼들도 아예 안 보입니다.
볼을 따갑게 스치는 겨울바람 속에 청아한 물냄새가 묻어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푸른 물빛은 낭만을 선물합니다.
오랫만에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정말 강변에는 한낮의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하얗고 두툼한 얼음이 얼어 있습니다
얼음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강기슭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강변은 하얀 눈으로 덮히고 얼음으로 꽁꽁 얼어 붙어 있어서 마치 영화 속 한장면 같습니다.
그런 보기 드문 풍경입니다
공지천은 어느 지역이든 춘천시의 끊임없는 개발로 흙과 나무와 모래톱이 있는
자연스러운 강변이나 둔치는 아쉽게도 거의 사라졌지요.
개발사업'으로 공지천이 아스팔트로 시멘트로 덮이면서
강변만의 자연스러운 정취가 사라지니 안타깝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은 언제나 가능할까요.
강바람이 차거워 카메라를 든 손이 씨리다 못해 저려옵니다.
카메라의 zoom 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가끔 렌즈를 뿌옇게 흐리게 까지 합니다.
속은 얼음인 하얀 카펫으로 두른 공지천을 따라 걸어가 봅니다.
인적없는 공지천에 저 같은 사람 몇 명이 천천히 걸으며
겨울강가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외롭고 황량한 겨울 강변에 둥둥 떠 있는 겨울철새
오리들을 만나니 기분이 전환됩니다.
얼마나 차가울지 상상도 안 되는 저 강물에서 겨울을 나는 오리들을 보니
한낱 날짐승이지만 자연의 신묘함이 느껴집니다.
영하 15도라는 날씨의공지천은 고즈넉한 안정감이 느껴지고 스스로 편안하게 보입니다.
꽁꽁언 눈속으로 숨겨진 볼록볼록 튀어나온 꽃들이 새봄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짧은 겨울 날 하루해의 석양을 등지고 참새 몇 마리가 반갑다고 인사를 합니다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날아가던 녀석들도 추위때문인지 관심조차 없습니다
겨울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귀가 즐거운
공지천은물이 있어 아름다운 숲길입니다.
산책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겨울 짧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지리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의 기운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입춘이 한달입니다
나무들이 앞을 다퉈 피어날 시간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골고루 언 땅을 녹이고,
마른 가지에 생기를 돌게 하는 햇살이 그리워집니다,
새해에는 모든 것들 활짝 웃으며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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