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구암동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신중해야

들연 2023. 11. 9. 17:01

IUCN 국장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신중해야" "외국은 국립공원 지정 전 설치가 대부분…답압피해 안 줄어"

설악산 케이블카가 착공을 눈앞에 둔 가운데 자연보전 국제기구 관계자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국립생태원 창립 10주년을 맞아 충남 서천을 방문한 트레버 샌드위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멸종위기종 보전과 국립공원 개발은 물과 기름처럼 상극"이라고 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생태학자인 샌드위드 국장은 IUCN에서 글로벌 보호지역 프로그램을 이끄는 전문가다.

먼저 샌드위드 국장은 케이블카를 설치해 '답압(踏壓·밟는 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에 있는 한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한 사례를 떠올리며 "등산로를 없애지 않고 케이블카만 추가하다 보니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라며 "이에 따라 야생동물에 대한 피해는 훨씬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화장실과 쓰레기장 등 부대시설도 필요해지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라며 "더군다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립공원 탐방객 수를 자랑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3천879만3천952명에 달한다.

샌드위드 국장은 케이블카 설치 명분으로 언급되는 장애인·노약자 산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도 "당초 국립공원을 지정하게 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장애인과 노약자가 국립공원을 이용하기 쉬워진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보호지역을 파괴하는 비용이 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샌드위드 국장은 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탐방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면서도 미관을 해친다는 점에서 탐방객 효용을 낮추는 효과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국토의 약 7%밖에 차지하지 않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지으려면 신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의 경우 국립공원 내 설치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올해 2월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동의하면서 재점화됐다. 이후 지리산, 한라산, 무등산 등에서도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25일 국내에서는 21번째로 IUCN 회원기관이 됐다. IUCN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이용 등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로 1948년 유엔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설악산케이블카 의뢰서,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거짓 서류"

장혜영 의원 "수요 예측도 엉터리…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필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양양=연합뉴스)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양양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9일 강원 양양군이 작성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의뢰서는 적자사업을 흑자사업으로 둔갑시킨 거짓 서류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지방재정투자사업 평가를 위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의뢰서를 검토한 결과 양양군이 적자를 감추기 위해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에도 없는 사업 수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에 따르면 양양군은 총사업비 1천172억원(강원도 224억원·양양군 948억원)을 누락하고 연도별 수익과 비용을 단순 계산해 '연간 약 42억7천6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는 총사업비 회수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라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장 의원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및 타당성 조사 매뉴얼에 따라 총사업비와 할인율을 적용해 수익성 지수를 계산한 결과 372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 양양군이 케이블카 이용 수요를 부풀리고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년 감소해야 하는 이용수요를 30년간 고정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하는 환경단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 의원은 "이런 사실에 대해 양양군 관계자는 '수익성 지수가 1 미만(적자)은 맞다. 1 미만이라는 내용은 의뢰서에는 없지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있다'고 해명했다"며 "양양군과 행안부는 타당성보고서를 의원실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국고보조금 없이 양양군 올해 예산(4천348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948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라며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수익 있는 사업이라고 홍보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적자사업을 위해 낙산도립공원을 해지하고, 낙산 군유지를 매각해 최소 1천5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건 토지 매각에 따른 개발 유착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양군이 작성한 거짓 의뢰서를 가지고 행안부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봐주기 심사로 통과시켰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짓 의뢰서라는 것을 알고서도 봐주기 심사했는지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1980년대부터 추진된 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사실상 최종 관문을 넘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규 설치되면 육상국립공원에 수십년만에 새로 케이블카가 놓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