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건강검진
금강은 돌아오고 있지만... 낙동강은 여전히 '시궁창뻘'
[낙동강 건강검진 ①]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조사단 동행 취재기
/오마이뉴스
▲ 2017년 금강 공주보 상류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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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지난 2017년 6월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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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사진은 2017년 6월에 각각 금강과 낙동강 바닥에서 퍼올린 펄의 모습이다. 크게 다를 게 없다. 시커먼 펄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두 강 강바닥의 모습은 천양지차로 갈렸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하면 금강과 낙동강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극과 극] 2017년과 2021년 사이의 낙동강과 금강
아래 금강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모래가 쌓였고,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종인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모래를 파면 맑은 물에서 사는 재첩도 나온다. 4대강사업 이후 거의 종적을 감췄던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지난 겨울 하늘을 수놓았다. 지금도 모래톱 위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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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이 전면 개방되고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흐른다. 사진은 공주보 하류 2km지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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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지난 6월 12일 구미보 상류의 낙동강 한가운데서 퍼올린 펄의 모습이다. 2017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렇게 금강과 낙동강이 '극과 극'으로 변한 결정적 원인은 보의 수문개방 여부였다.
금강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세종보 수문개방을 시작으로 공주보와 백제보를 열었다. 하지만 낙동강 8개 보는 '찔끔 개방'하거나 거의 닫아둔 상태다.
그렇다면 낙동강 강바닥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건강진단] 8개 지점 채수·채토·수질 검사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4대강사업 현장조사-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첫날 오전 찾아간 낙동강 하굿둑에서, 얼마 전 금강보 수문개방 반대론자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물은 방방해야(물이 가득차다) 한다. 강물이 가득 차야 사람들도 찾는다. 관광객이 몰려야 지역 경제가 확 살아난다. 수문 개방되고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모래톱이 생겼는데, 이건 그냥 '개천'의 모습이다. 이러면 사람도 찾지 않는다."
대한하천학회장인 박창근 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과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인 유병제 교수(대구대학교)와 함께 찾아간 하굿둑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방방했다'. 하지만 20여명에 달하는 조사단 일행을 빼면, 관광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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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보에서 채취한 강바닥 퇴적토를 박창근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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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냄새를 맡아보세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냄새가 심합니다. 보 때문에 오염물질이 계속 쌓여서 유기물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것들이 물속의 용존 산소를 고갈시킬 것이고 낙동강을 무산소층으로 만들 것입니다. 3년 전 조사했을 때에는 수심 6m 정도의 바닥층 2~3m는 용존산소가 고갈된 상태였어요."
박창근 조사단장의 말이다. 박 단장은 10일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현황을 조사한 뒤 본포취수장에서 채수와 채토, 수질조사를 하고 낙동강 8개 보 중 가장 하류에 위치한 함안보로 이동해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박 단장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한 보트를 타고 강 중간으로 들어가서 채취한 퇴적토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어민들의 말에 따르면 값이 나가는 물고기의 90% 정도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 물은 먹는 물입니다. 우리나라 정수 기술이 우수하다고 해도 강바닥 전역을 코팅한 정도로 펄흙이 뒤덮은 상태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질 겁니다."
[퇴적토 상태] 시궁창 펄과 실지렁이
박 단장은 하얀 비닐 위에 있던 퇴적토를 시료 봉투에 넣었다. 한편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삽으로 강바닥의 펄흙을 퍼 올렸다. 박 단장이 강 중앙에서 가져온 흙보다는 입자가 굵었으나 시커멓게 썩은 상태는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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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함안보 강바닥을 파헤치자 퇴적토에서는 환경부 수 생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득시글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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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 실지렁이네."
퇴적토를 휘저으며 정 국장이 말했다. 햇볕을 받아 붉은색이 더 선명한 생명체가 꿈틀거렸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실지렁이가 살아가는 강물은 4급수로 최하위 등급이다. 환경부는 "4급수에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고 적었다.
조사단은 같은 방식으로 11일에는 합천보, 도동서원 앞, 달성보, 강정보, 12일에는 칠곡보와 구미보로 이동해 채수·채토·수질을 측정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7개 지점이 퇴적토 상태는 대동소이했다. 수문을 일부 개방했던 함안보와 합천보에서는 펄흙 속에 모래가 섞여 나오기도 했는데, 수문을 거의 닫아두었던 칠곡보와 구미보 구간은 찰진 펄흙의 상태였다.
"금강과는 달리 낙동강 수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찔끔 개방'했어요. 그 정도로는 큰 변화가 없어요. 수문 개방되기 전 금강에도 2~3m씩 펄층이 쌓여 있었어요. 예전 장화 신고 들어갔다가 펄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이번에 둘러보니 낙동강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펄층이 많게는 3~4m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무슨 강인가요. 그냥 펄이지."
2박 3일간 낙동강을 조사한 박 단장이 밝힌 소회처럼 수문 개방 이전의 금강 강바닥에도 펄이 쌓였고 그 속에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이 깔렸었다. 하지만 지금 강바닥의 대부분은 모래로 뒤덮였다. 보 수문을 낙동강처럼 닫아두었을 때 쌓인 펄이 완전히 씻기지는 않았지만,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한해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가짜뉴스] <조선>을 필두로... "개방 후 수질악화" 왜곡 보도
최근에 찍은 아래 사진과 2017년에 찍은 금강 펄의 사진을 비교하기만해도 4대강 보가 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금강의 수문이 개방되고 강바닥 모래가 돌아오면서 가족단위로 찾고 있다. 공주보 하류에서는 족대를 들고 물속을 뛰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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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난 5년간 '수문개방이 오히려 강을 망쳤다'는 류의 언론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시민환경연구소가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 자료집에 정리한 '자연성 회복 가짜뉴스 흐름 분석'에 따르면 "4대강 보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보 개방에 따른 수질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질악화를 보도했다"면서 "전체적인 수질 지표와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확대 왜곡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 정부, '보 개방'후 수질 최대 40% 악화 첫 인정, 금강·영산강 보 3년간 개방 결과 (조선일보. 2021.4.14)
- 하지도 못할 '4대강 보 해체' 결론, 비겁한 줄타기 (조선일보 사설. 2021.1.20)
-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 악화' 증명됐다 (문화일보. 2019.3.15)
- 수질도 가뭄도 못잡는 4대강 수문개방 (동아일보. 2017.5.30)
박창근 단장은 12일, 마지막 조사 일정으로 구미보에서 채수와 채토, 수질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3년 전에 조사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퇴적토는 훨씬 더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금강의 경우를 보면, 수문을 개방한 뒤 모래가 나타났는데, 상류에서 흘러온 모래라기 보다는 펄이 씻기면서 바닥의 모래층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펄이 쓸려 내려가면서 수질이 일부 나빠질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공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언론들이 마구 가짜 뉴스를 쓰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낙동강의 경우도 수문을 일시에 개방하면 이런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데, 이런 가짜 뉴스에도 대비를 해야할 겁니다."
[다시 금강] 예전의 강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불안한 평화'
언론 보도도 문제지만, 이에 휘둘려 낙동강의 수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몇해 전부터 제기돼 왔다.
박 단장은 "이번 조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현재의 낙동강 강바닥은 보에 의해 호수로 변해서 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펄이 진을 치고 있는데, 생태계는 엉망이 되고, 그 물을 영남인들이 걸러 먹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했다"면서 "환경부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낙동강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박3일간의 낙동강 조사단 동행 취재는 악몽과도 같았던 과거 금강으로의 회귀였다. 13일부터 다시 금강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4대강사업 이후 보아왔던 녹색 강물은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강으로 바뀌었다. 수심 6m에 쌓인 펄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씻겨 내려갔고, 그 자리에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으로 씨가 마른 줄 알았던 물고기도 돌아왔고, 강변에선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평화'이다. 지난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골자로 한 금강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언제 해체할 지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이해가 변하면, 언제든 수문을 닫을 수 있다. 금강이 다시 시궁창 펄과 실지렁이, 깔따구가 가득한 현재의 낙동강으로 회귀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금강과 낙동강의 대비된 모습만 봐도 정부가 취해야할 4대강의 정책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금강·영산강 일부 보의 해체 시한을 결정해야 한다. 낙동강 보의 처리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그 전에 수문을 24시간 상시 개방해야 한다. 이래야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내건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최소한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이승준 부경대 교수의 ‘녹조 특강’ 자료 화면(상추 현미경 사진)ⓒ 이승준 제공
"이 사진은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상추 표면입니다. (녹색 점을 리모컨으로 가리키며) 이것이 독성물질 시아노톡신(Cyanotoxin)을 생성하는 남세균(藍細菌. Cyanobacterial)이죠. 여기, 상추 잎 기공으로 들어가는 게 보이죠? 이게 남세균 '내재화(internlization)'입니다. 남세균은 일반적 채소 세척방법으로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죠."
지난 10일,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약학과 교수가 낙동강 함안보 회의실에서 '남세균(녹조) 대발생이 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던진 경고이다. 강의하면서 여러 번, 회의실 곳곳에서 "아~"하는 탄성이 터졌다. 4대강사업 이후 매년 낙동강에 창궐하는 녹조가 강을 점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녹색페인트 같은 물이 취수구로... 소름 돋았다"
이날 특강은 10일부터 12일까지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주최한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마련했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하천학회 회장)와 유병재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대구대 교수) 등 20여명의 조사단은 하굿둑에서 시작해 구미보까지 이동하면서 8개 지점 채수·채토·수질조사를 실시했다.
건강검진 첫날, 조사단이 하굿둑에 이어 간 곳은 본포취수장이었다. 나무 데크로 연결된 자전거 길 앞쪽 취수구로 물이 빨려 들어갔다. 여기서 취수한 물은 하루 평균 12만 5000톤. 일주일 전부터 비가 내렸고, 상류쪽 함안보도 개방돼 있어서인지 물빛이 녹색은 아니었다.
"이 물은 15km 정도 떨어진 창원 반송정수장에서 창원 시민 108만 명 중 3분의 1의 가정으로 공급됩니다. 주로 진해지역 식수로 활용되죠. 지금 좋아 보이지만,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은 물이 취수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이 물을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 돋죠."
핸드마이크로 본포취수장 현황을 설명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1시간여 뒤의 특강을 예고하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제가 다음 주에 예방접종을 받는데요,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있지만, 녹조 예방접종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 물을 먹는다는 게 안타깝죠."
함안보에서 이어진 그의 특강을 듣고서야 이 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녹조란?] 시아노박테리아로 불리는 '세균'
이 교수는 녹조 명칭부터 바로잡았다. 과거 남조류라 불렀는데, 최근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라는 정식 명칭이 붙었다. 단순 조류가 아닌 엽록소로 광합성 하는 세균이다.
남세균 창궐 원인은 뭘까? 이 교수는 부영양화를 꼽았다. 질소와 인 성분이 녹아있는 비료, 축산·산업 폐수가 강물로 유입된다. 인은 남세균을 유발시키고, 질소는 성장을 촉진한다. 그런데 질소와 인의 비율로 남세균 종류가 정해진다. 문제는 이중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s)같은 독성을 내뿜는 남세균이다.
또 다른 녹조 발생 원인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이다.
"수온이 영상 26도 이상이면 다른 미생물 활동은 줄어드는 데 남세균은 반대입니다. 수온이 올라가면 다른 미생물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죠. 비올 때 토사가 강물로 유입되면서 질소와 인 비율이 높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폭발적으로 남세균이 증가합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수계 변화를 남세균 창궐 이유로 들었다. 즉, 보나 댐으로 물이 흐르지 않으면 남세균이 창궐한다는 것이다. 그가 강의한 장소, 4대강사업 때 낙동강에 건설한 8개 보 중 제일 하류의 함안보도 매년 녹조 창궐로 논란에 휩싸인 장소였다.
['독'의 순환] 지하수로 유입되고 농작물에도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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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 교수가 "녹조 특강"을 하면서 소개한 "녹조 순환도" | |
ⓒ 이승준 제공 | 관련사진보기 |
위의 그림은 이 교수가 소개한 녹조 순환도이다. 녹조는 강과 호수에 근처에 머물지 않는다. 남세균은 물고기와 조류 체내에 축적돼 폐사를 유발한다. 어부에 의해 사람 몸속에 들어온다.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게 노출된다. 여기까지라면, 강가에 가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매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건 어디서, 어떤 물로 키웠는지 모를 채소이다. 강가에서 채소를 키우는 지표수는 먹는 물처럼 고도정수처리를 하지 않는다. 지하수로 키운 농작물도 안심할 수 없다. 위의 그림처럼 남세균은 농작물 뿌리로 침투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환경과학대학원에서 남세균을 연구했던 이 교수는 2016년 작성한 논문에서의 실험 결과지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이건 상추이고, 이건 당근이죠. 마이크로시스틴 40% 정도는 작물로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토양에 남아있죠. 이것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지하수로 이동하고, 다음 재배 식물로 들어가겠죠.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를 토양에 뿌리고 수확한 뒤 물을 안줬는데 흙속에서도 성장했습니다."
['독'의 영향] 코끼리 떼죽음, 먼나라 이야기 아니다
특정 남세균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만이 아니다. 노둘라린 (Nodularin), 삭시톡신 (Saxitoxin), 아나톡신(Anatoxin), 실린드로스퍼맙신(Cylindrospermopsin) 등의 시아노톡신도 생산한다. 이중 담수 환경에서 관심 받는 게 마이크로시스틴인데, 미국은 이와 함께 삭시톡신과 실린드로스퍼맙신 등도 모니터링한다.
이 교수는 "독성물질이 감기 증상처럼 빨리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신경을 쓰는데, 긴 시간동안 천천히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시스틴은 특히 간 질환과 종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아노톡신은 몸에 들어오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시작해 간에 영향을 주고, 무기력증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체내에 축적돼야 유해할까? 그는 식품 첨가물 안전성 실험에 활용되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입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했을 때 몸무게(kg)당 5mg이 넘어가면 동물 절반이 죽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얼마 전 언론에 소개됐던 충격적인 사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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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세계 최대 코끼리 서식처인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350마리 떼죽음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 화면 갈무리 | |
ⓒ 한겨레 | 관련사진보기 |
2020년 5월 세계 최대 코끼리 서식처인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350마리 떼죽음 사건에 인용된 사진이었다. 당시 오카방고 강 삼각주 부근에서 시작된 떼죽음은 2달간 지속됐다.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조사단은 집단 폐사 원인은 물웅덩이 녹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 신경독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 2019년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치명적인 독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LR) 기준을 1ppb(0.001 ppm) 이하로 정했다. 물고기들은 이의 1/10 수준에서도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졌다. 이 기준을 다른 독성물질의 WHO 기준과 비교해보면, 비소와 납이 10ppb, 수은이 6ppb, 독성이 강하여 농약으로 사용이 금지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1ppb이다.
2015년 9월에 낙동강의 달성에서 측정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34ppb이었다. DDT에 비유하자면, 낙동강의 평균 유량에 매일 5톤 트럭 한 대 정도의 DDT를 쏟아 부어야 이런 농도가 나온다. 이 물질은 물고기와 이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 축적되기에 상수원수로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도 잡아서는 안 되고 농업용수로도 쓸 수가 없다."
[미국과 한국의 관리] "유해 남세균 세포 수를 셀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미국에서 남세균 제거를 위한 수질 정화 비용만도 한해 수십억 달러라고 했다. 남세균 제거뿐만 아니라 모니터링과 연구하는 데 쓰는 비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매년 마이크로시스틴뿐만 아니라 삭시톡신, 실린드로스퍼맙신 등의 수치도 공개하고 있다. 모니터링 대상 호수와 강은 1200여 지점이다.
"미국은 녹조현상이 일어나면 4개 스텝으로 관리합니다. 담수를 모니터링하면서 녹조발생 정도를 파악하죠. 녹조가 나타나면 스텝 2로 갑니다. 레크리에이션 가이드라인이 먹는 물보다 약간 높은데, 적합 여부를 판단하죠. 계속 시아노톡신 셀 수를 잽니다. 독성물질이 수돗물 가이드라인 이상이면 단수 조치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녹조가 발생하는 지역에는 봄비가 내리기 전인 3~4월에 토양이 함유한 질소와 인의 농도를 잰다. 이 데이터로 토양에 과도한 비료 유입을 막고 폭우로 인근 하천에 토사가 유입될 때 녹조발생을 최소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매년 3~5월에 남세균 예측활동도 벌여 그 해 녹조발생에 미리 대응한다.
이 교수는 한국 조류경보제에 대한 보완점도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로시스티스의 현미경 사진부터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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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 교수가 보여준 시아노박테리아와 플랭크토트릭스의 모습 | |
ⓒ 이승준 제공 | 관련사진보기 |
"물에서 발견되는 시아노박테리아 모습입니다. 한국 조류경보제는 상수원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수를 측정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어떻게 유해 남조류 세포 수만 셀 수 있나요? 힘이 듭니다. (또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얘는 플랭크토트릭스(Planktothrix)입니다.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가 붙어서 막대를 형성하는데, 그럼 얘는 몇 개인거죠?"
그는 "시아노박테리아는 특성상 엉키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이걸 떼어내기도 어렵다"면서 "WHO는 총 '남세균 수'를 측정하지 우리처럼 '유해 남세균 수'를 세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해 남세균으로 지정한 4가지에는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유해 남세균 2종이 빠졌다"면서 "플랭크토트릭스는 환경에 따라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먹는 물 수질 기준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마이크로시스틴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남세균 독성물질은 사멸할 때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생생한 세포일 때는 자기 몸속에 가지고 있다가 죽은 뒤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오죠. 그런데 우리는 남세균 세포 수가 떨어지면 검사를 안 합니다. 막상 독성물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방치하죠."
[에어러졸] 미국 이리호 근처에 간질환자가 많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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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이 화면을 띄워놓고 시아노톡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 |
ⓒ 이승준 제공 | 관련사진보기 |
이날 이 교수가 전한 남세균의 또 다른 위험성은 '공기중(에어러졸) 전파'이다.
"녹조는 특성상 햇빛이 필요하기에 수면 상층에 형성됩니다. 수면에서 5cm 가량에 시아노박테리아가 많이 자라죠. 온도가 올라가고 바람이 불면 기포가 터지는데, 그 속에도 시아노톡신이나 시아노박테리아가 있다는 최근 연구 논문이 나와 있습니다."
그는 "공기 중 전파는 수면에서 레저 활동하는 분이나 양식업자, 강이나 호수 주변 주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 이리호 지역에 간질환자가 많았고, 생식기 암과 뇌질환 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장 특강을 마무리하면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투명 커피잔에 담은 '녹조라떼'였다.
"제가 미국에서 발표할 때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사진을 보여줬더니 한 친구가 나중에 저에게 따지더라고요 '이리호 물을 투명 커피 잔에 담았더니 똑같이 안됐다'는 거였죠. 당시 이리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경고 직전 단계였어요. 그렇다면 (녹조라떼 사진을 가리키며) 이 농도에는 남세균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가 먹는 물이 깨끗하기를 바랍니다."
2박 3일동안 낙동강을 조사하면서 이날 이 교수 '녹조 특강'의 패널로 참석한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은 이런 소감을 밝혔다.
"복합비료 한포가 20kg입니다. 고령군에서 1년에 쓰는 복합비료는 8만 포대 정도 됩니다. 8만 곱하기 20kg이면 160만kg이죠. 고령군에서만도 15톤 트럭 몇백대 분량의 질소와 인을 낙동강으로 쏟아낸다는 말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농업 행태와 낙동강 수질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교수님의 말을 들으면서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위해 채수와 채토 작업 차 방문한 대구 달성구 도동서원 앞의 나루터. 전 주에 이어 이날 아침에도 비가 내렸지만, 나루터 앞에는 녹조 알갱이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