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우레탄'은 없다
유해 우레탄 대신 친환경 우레탄?
그런 건 없다
우레탄·인조 잔디를 모두 흙이나 천연 잔디로, 너무 큰 바람일까?
/오마이뉴스
▲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어 검출돼 출입을 중지한 한 고등학교 운동장.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듯 자동차만 빼곡했다.
▲ 우레탄이 깔린 농구장, 포장재로 덮어 놓았다.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며
아이큐를 낮추는 물질로 알려진 납이 검출됐어도, 학교에서 원한 것은 흙(마사토)이나 천연잔디가 아닌 우레탄(탄성 포장재)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KS(한국산업표준) 기준치인 납 90㎎/㎏가 초과해 검출돼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걷어내고,
흙이나 천연잔디로 교체하는 방침을 세웠다. 우레탄을 걷어 내고 다시 우레탄을 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체 대상 초·중·고 569개 학교 중 흙으로 교체를 원한 학교는 73개 학교(13%), 천연잔디는 1개 학교뿐이었다.
이보다 훨씬 많은 488(86%)개 학교가 우레탄으로 재시공 하기를 원했다.
이유는, 흙보다 깨끗하며 교체도 간편하다는 것 등이었는데,
그 바탕에는 납 같은 유해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적으면 괜찮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이 사실은, 일부 언론이 중금속이 검출된 해로운 우레탄의 반대 개념으로,
'친환경 우레탄'이란 말을 사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레탄에 '친환경'이란 말을 붙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레탄 자체가 친환경과 거리가 먼 화공 약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납을 비롯한 중금속이 검출돼
우레탄을 걷어 내자고 하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 생뚱맞기도 하다.
'KS 기준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친환경 하고는 거리가 멀다. KS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
이 기준은 지난 2011년에 만들어졌는데, 검사 항목이 납, 수은, 카드뮴, 육가크롬 4가지뿐이다.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독성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는 현재 검사 항목에 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50여 가지 기준을 마련해 엄격하게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전북, 서울, 대구, 충남 등의 교육청이 우레탄 재시공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검사 항목이 추가되는 등 'KS 기준 강화'가 예상되니, 아예 유해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우레탄을 다시 깔지 말기로 한 것이다.
우레탄이 장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흙보다 배수가 양호하고 깨끗하며 칠감만 잘 입히면 보기에도 좋다.
그러나 흙보다 약 19% 정도 시공비용이 더 들고 보수·교체 비용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해 물질 문제를 빼더라도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
우레탄보다 인조 잔디가 더 위험해
▲ 인조 잔디에서 축구시합을 하는 학생들.
▲ 마을에 있는 공원에도 우레탄이 갈려 있다.
사실 우레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조잔디다. 운동장의 많은 부분을 인조잔디가 차지하고 있고, 유해성 논란도 더 크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장 인조 잔디에서 기준치 90㎎/㎏의 40배인 4000㎎/㎏ 정도의 납이 검출 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폭풍이 지나가듯 인조 잔디 유해성 문제가 불거졌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는 환경단체와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 6억 원을 들여 인조 잔디를 조성했다가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약 1억 3천만 원을 들여 흙으로 교체했다. 이 학교를 포함해 작년에 경기도 13개 학교가 인조 잔디를 걷어내고 흙 운동장으로 다시 조성했다.
이처럼 인조 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려면 흙 운동장보다 비용이 약 5배 정도 더 필요하다. 그뿐인가, 때때로 보수를 해야 하고 수명이 다하면 재시공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돈 먹는 하마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인조 잔디 수명은 약 7년 정도다.
그런데, 어째서 이처럼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인조 잔디와 우레탄을 대책 없이 학교에 조성한 것일까?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원 화학물질센터 소장은 지난해 녹색당에서 개최한 '학교 인조 잔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마치 좋은 것인 양 학교에 전파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국재 유해물질 없는 학교를 위한 학생용품 교사 연구회 선임 연구원은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이나 교장의 업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업적을 만들기 위해 인조잔디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을 중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인조 잔디에서 발암물질과 불임,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생식 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사는 "인조잔디가 열을 흡수하지 못해 한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도저히 사용할 없으며, 냄새 또한 지독하다"며 "흙보다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레탄과 인조 잔디는 놀이터, 체육공원, 자전거도로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침투해 있다. 안전하게 살려면 이 많은 곳을 정부나 지자체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우레탄 철거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설득 작업에 나섰다. 지난 18일과 19일 학교장과 체육부장 등을 대상으로 '우레탄 시설 개보수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오는 9월 5일까지 학교 의견을 다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때는 대부분 학교가 흙이나 천연잔디를 원할 것이라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친환경 도시 조성은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친환경 도시는 고사하고 툭 하면 유해물질 논란만 이는 것일까! 잔소리 같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어려운 약속도 아닌데 말이다.
친환경 도시 첫걸음은 생명 같은 흙이 숨 쉬는 것을 방해하는 우레탄과 인조 잔디를 걷어내는 일이다. 그 흙냄새를 맡으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으면, 그게 친환경 도시다. 친환경 도시 만들기 참 쉽지 않은가?
내친김에 납 성분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학교뿐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학교, 그리고 마을 놀이터 등에 있는 우레탄과 인조 잔디까지 모두 흙이나 천연 잔디로 교체하면 좋겠는데, 너무 큰 바람일까?
"인조잔디 까는 게 업적, 학생이 실험용 쥐인가?"
[인터뷰] 안명균 경기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학생이 실험용 쥐? 일 터져야 안전기준"
"안전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뛰고 뒹구는 운동장에 화학물질을 깔고는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허술한 안전기준을... 우리 아이들이 실험용 쥐도 아닌데 말이다."안명균 경기 녹색당 공동 운영위원장이 한 말이다. 지난 25일 오후 안양시에 있는 경기 녹색당 사무실 부근 한 카페에서 안 위원장을 만나 우레탄과 인조 잔디의 유해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조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은 해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최근 학교 운동장에 깔린 우레탄 육상 트랙과 농구장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납 등의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인조잔디는 정부의 국민생활체육진흥 정책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운동장에 깔렸다. 우레탄은 인조 잔디가 깔리면 당연히 따라오던 옵션 같은 존재다. 이때부터 환경단체 등이 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정부나 학교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폐타이어를 잘게 부숴서 충진제로 사용할 정도로 안전 불감증이 심각했다. 인조 잔디는 아이들 뇌 발달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휘발성 유기 화합물 범벅이었다.
이에 환경 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자, 2009년에야 폐타이어 조각을 거둬내고 고무 알갱이로 바꿨다. 하지만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은 여전했다. 폐타이어를 걷어냈어도 어린이용 완구에 적용하는 환경 유해 물질 기준 60배가량의 중금속 등이 인조잔디에서 검출됐다.
안 위원장은 "이때서야 인조 잔디에 안전 기준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돼 안전 기준을 만들라고 항의했더니 정부가 부랴부랴 기준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실험용 쥐도 아닌데, 저질러 놓은 다음에 문제가 터지니 안전성을 검증하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소한 어린이 완구에 적용하는 안전 기준 마련해야, 하지만..."
붉은색 우레탄 찌꺼기가 인조잔디 의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KS(한국산업표준) 기준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검사 항목이 납, 수은, 카드뮴, 육가크롬 4가지뿐이라 여전히 안전하고는 거리가 멀다"며 "최소한 어린이용 완구에 적용하는 20가지 정도는 돼야 하지만, 이 역시 큰 의미는 없다. 그냥 걷어내고 흙이나 천연잔디를 까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처럼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도 계속 확대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보면 아직 유해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직접적인 이유는 이게 정부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돈을 준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돈을 잘 따와서 인조 잔디를 까는 게 교장 선생님이나 정치인의 업적이 됐으니, 서로 그 돈 가져가려고 줄을 설 수밖에!
그러니 뜻있는 사람이 반대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과천에 있는 한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시민단체까지 반대했고, 이 문제로 학교 구성원 총투표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막지는 못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는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미 알려진 대로 그 뒤 끊임없이 중금속 검출 등 환경 문제가 터졌다. 문제가 불거져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저질러 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부 정책이었으니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유해성 문제가 터지자마자 흙이나 천연잔디로 교체하자고 시끌시끌한데 이 비용도 정부가 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특히, 유해성 문제가 터졌는데도 계속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고집하는 학교는 나중에 직접 책임지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흙 운동장으로 복원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인조잔디는 비용문제만 보더라도 무척 불합리하다. 한 운동장을 시공하는데 5~6억 원이 들고, 5년 정도인 수명이 다해 교체할 때 2~3억 원이 든다. 보수도 제대로 하려면 1년에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흙(마사토)은 한번 깔아 놓으면 별로 손 볼 게 없다는 장점이 있다."
- 우레탄이나 인조 잔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툭하면 논란이 되는지?
"최근 논란이 된 게 중금속 특히 납인데 어른한테도 문제지만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문제인데, 고무 냄새가 지독하다 싶으면 이게 많다고 봐야 한다.
건강을 위해 인조 잔디에서 축구하는 분들 많은데, 이런 분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귀한 시간 내서 화학약품을 스스로 섭취하는 것인데, 건강에 좋을 리가 있겠나! 인조 잔디는 밟히면 잘게 부서진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더 심하다. 그게 다 어디로 가겠나? 당연히 폐로 들어간다. 실제로, 인조 잔디에서 연습한 여성 축구 선수, 특히 운동장에서 많이 굴러야 하는 골키퍼, 암 발병률이 높았다는 자료도 있다. 미국 자료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했으니, 책임도 정부가 져야!"
▲ 유해물질 검출로 사용이 중지 된 대구 북구 모 중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아무런 출입 금지 팻말조차 설치 되어 있지 않다.
"기준치는 '이 정도면 당장 안 죽는다, 이 정도면 당장은 별문제 없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기준치 통과했다고 '친환경 우레탄, 친환경 인조잔디'라고 하면 안 된다."
- 모든 학교 운동장이 인조 잔디는 아닌데, 주로 어떤 학교가 인조 잔디를 선호하는지?
"운동부가 있는 학교가 대체로 선호한다. 군포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유해성 논란이 일었는데도 축구부 때문에 인조 잔디를 고집하기도 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인데, 한마디로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를 발암물질 운동장에 맡긴 꼴이다. 이런 학교는 유해성 논란을 비롯해 운동장 보수와 재시공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스스로 져야 한다."
- 우레탄, 인조 잔디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학교에 설치된 인조 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은 그동안 충분히 지적했고 시민들도 어느 정도 문제를 인식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놀이터, 공원 등에 깔린 우레탄과 탄성 고무 같은 화학물질이다.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서 깔았는데 앞으로 환경단체, 생활협동조합 같은 곳과 힘을 모아 이를 저지할 계획이다. 시민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학학 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에게 흙을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