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연 2016. 7. 1. 19:38

 "굉음에 기절했다" 항공 소음, 어느 정도일까

/ 연합뉴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고통스럽다. 소음 공해 얘기다. 특히 공항 주변은 더 심하다.

항공 소음에 피해를 입은 각 지역 주민들의 말처럼 24시간이 괴롭다. 정부도 이것을 안다. 보상책을 강구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원사업은 그 고민의 결과다. 지난 1일부터 두 번째 지원이 시행됐다. 1차 지원 사업은 이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됐다. 여기서 인천, 김포, 제주 등 6개 공항 주변의 4만5천가구가 무료로 방음창을 설치하는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이번엔 지원 대상이 일반 주민으로까지 확대되며 6만 세대 이상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렇다면 공항 주변 마을의 항공기 소음은 어느 정도일까. 또 가장 심한 곳은 어디일까. 국가통계포털에서 공개한 주요 공항 항공기 소음도 현황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 궁금증에 접근해 봤다. 소음 관련 정보는 공항소음포털의 도움을 받았다.

 

 

◇ 공항 소음이란

 

공항 소음을 측정할 때 WECPNL(웨클·소음영향도·가중등가지속 감각소음도)이라는 단위를 쓴다. 항공기 최고소음도를 평균한 값에 주간, 야간, 심야 시간대별로 운항 횟수를 가중하여 주민이 실제 느끼는 소음에 가깝게 산출한 소음평가단위다. 소음도현황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웨클은 자동차나 지하철 등 기타 소리를 제외한 오로지 비행기 소음만을 측정한 값이다"라고 설명했다.

 

95웨클 이상은 제1종 구역이며 이주대책이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종구역은 90~95웨클, 3종구역은 75~90웨클이다. 3종 구역은 다시 가(85~90), 나(80~85), 다(75~80)으로 나뉜다. 2종과 3종으로 분류된 지역은 방음시설 및 냉방시설 설치, 수신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홍콩국제공항이 소음낮추기 방안 중 하나로 내세운 활주로 확장 (출처=홍콩국제공항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소음영향도로 지역 분류해보니

 

앞서 말한 웨클 구역 기준으로 지역을 분류했다.

환경부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2014년 주요공항항공기소음도 현황 기준이다. 전국 15개 공항의 104곳이 그 대상이다.

 

 

 

 

 

제1종으로 분류된 구역은 없다. 가장 근접한 곳은 있다. 김해공항 주변에 위치한 딴치다. 93 웨클로 전국 소음 측정소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딴치를 필두로 2종 구역(90~95)에 속한 지역은 모두 4곳이다. 광주의 송대동과 우산동, 청주의 외남동이다.

 

딴치는 1992년부터 소음측정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까지 85 웨클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2014년에 갑자기 올라간 셈. 정확히 말하자면 그해 2분기에 97웨클로 측정 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뒤로 3분기 93웨클, 4분기 92웨클 등 계속 90대를 유지했다.

 

3종 구역에 속한 구역은 모두 36곳이다. '가' 지역(85~90)이 7곳, '나' 지역(80~85)이 14곳, '다' 지역(75~80)이 15곳으로 분포됐다. 공항별로도 분류해 봤다. 3종 구역에서 가장 많이 속한 공항은 군산과 대구다. 각각 6곳이 포함됐다. 포항과 사천은 각각 1곳으로 가장 적었다.

 

소음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도 많았다. 총 64곳. 아무래도 섬에 위치한 인천공항 주변 지역이 여기에 속했다. 인천의 신도시(36), 강화도(38), 덕교동, 무의도(이하 39) 등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40 미만의 웨클을 기록했다.

 

 

 

 

◇ 소음 측정소, 어디가 제일 많나

 

소음 측정소가 가장 많은 공항은 인천공항이다. 현재 기준으로 강화, 을왕동 등을 비롯해 18곳에서 측정 중이다. 공항이 문을 연 2001년 당시 6곳이었지만 15년 만에 3배로 늘어난 것이다.

 

김포 공항은 이보다 한 군데 모자라다. 소준마을, 신남중학교 등을 비롯해 17곳에서 측정 중이다. 김포공항은 우리나라 최초로 소음을 측정한 공항이기도 하다. 1990년 고척도서관 등 8곳에서 측정을 시작했다.

 

요즘 가장 '핫한' 공항인 김해는 어떨까. 불암동, 식만, 강동동 등 9곳에 측정소를 뒀다. 이는 제주 공항보다 3곳이나 많은 수이기도 하다. 2011년에 월포, 신덕 등 3개소를 증설한 덕이다.

 

 

주요 공항 소음 등고선 (출처=공항소음포털 제공)

 

 

 

◇변화하는 공항 소음

 

공항 소음은 과거에 비해 줄고 있을까. 그 반대일까. 아니면 보합 상태일까.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공항 소음 변화를 알아봤다. 모든 측정소의 값을 공항별로 나눠 평균을 낸 것이다.

먼저 꾸준히 소음이 감소하고 있는 공항을 찾아봤다. 인천공항이 그렇다. 2004년 58웨클을 기록한 이곳은 2006년 60웨클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줄곧 하향세다. 매년 조금씩 조용해진 인천공항은 2014년엔 53웨클까지 떨어졌다.

 

대구공항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4년 당시 85웨클로 가장 시끄러운 공항에 꼽힌 대구도 소음 줄이기에 동참했다. 매년 꾸준히 낮아졌고 2010년엔 78웨클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80에 머무르는 데 성공.

 

울산공항은 기복이 있다. 그래도 조용해졌다. 2004년에도 64웨클로 비교적 조용한 축에 속했지만 10년 후엔 59웨클까지 떨어졌다. 2014년 인천공항에 이어 2번째로 소음이 없는 공항이다. 79웨클로 잠시 올라간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조금씩 낮아졌다.

 

소음도가 악화된 공항도 있을지 찾아봤다. 있다. 그것도 독보적으로. 양양공항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04년 당시 53웨클로 조용한 편에 속했고, 2008년엔 48웨클까지 떨어졌다. 이런 양상은 2011년까지 유지 됐다. 그러나 2012년 4개 측정소 평균 85웨클로 뛰어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공항 반열에 올랐다. 특히 그해 학표와 중광정은 각각 92, 90 웨클을 기록했다. 학표에서 기록된 92웨클은 광주의 송대동을 비롯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했다.

 

양양의 소음 줄이기 숙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60웨클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듬해 다시 65웨클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내에 2012년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다시 김해공항을 주목해 봤다. 2004년 74웨클을 기록한 뒤 매년 크게 떨어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았다. 71~75웨클 범위에서 움직였다. 2014년 역시 75웨클.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측정소 별로 파악해  결과, 특정 지역에서의 소음도가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 양양군 손양면 학포리와 동호리 등 양양공항 주변지역 주민들은 지난 4월 28일 공항 인근에서 이양수 국회의원 당선인과 서울지방항공청 및 양양국제공항 관계자, 양양공항 훈련용 경비행기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훈련용 경비행기 소음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경비행기 소음 정도를 참석자들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 공항 인근에서 개최됐다. 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회의장 상공으로 훈련에 나선 경비행기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분석 대상인 7개소 중 배영초교나 염막 등 대부분의 측정소는 보합세이거나 하락했다. 상승하는 곳은 두 군데였다. 딴치와 신천이다. 신천의 경우, 2009~2010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소음도가 상승했다. 2004년 69웨클이었지만 2014년엔 76웨클까지 올랐다. 딴치는 더 심하다. 물론 원래도 시끄러운 곳이긴 했다. 2004년 83웨클로 김해공항 측정소 중에서 가장 높았다. 2006년 이후 매년 상승하며 2014년엔 93웨클로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측정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