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만나는 가을
농장에서 만나는 가을
한낮 폭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이 쉬이 물러가기가 싫은가 봅니다.
그러나 입추가 지나고부터 여름은 노루꼬리만큼씩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농장에 들어서 산책로에 들어서면 야생화 천지입니다.
풀숲이 죄다 야생화입니다.
짚신나물·강활·큰뱀무·새며느리밥풀·여로·동자꽃·기린초·큰까치수염…,
열거하다 보니 끝이 없습니다.
짚신나물
길쭉한 줄기에 노란 꽃이 달리며 선학초(仙鶴草)라고도 합니다.
이걸 먹으면 신선처럼 된다는 겁니다. 남자한테도 그렇게 좋다는데...
잎의 주름이 짚신 모양이어서 짚신나물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옛날에 짚신을 신고 다니다 보면 잔털 많은 이 녀석 열매가 잔뜩 붙어서
짚신나물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궤양에도 좋다고 하고 고혈압에도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노루오줌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중에 이름이 고약한 노루오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쥐오줌풀도 있고 여우오줌도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노루와 쥐와 여우의 오줌 냄새를 분간해 이름을 지었을까요.
이른바 ‘오줌 풀’ 가운데 여름 숲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들꽃입니다.
멧돼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뿌리에서 역한 냄새를 발산한다는데
꽃은 향기가 좋습니다. 역한 냄새는 뿌리에서만 납니다.
멧돼지가 뿌리를 캐 먹기 때문입니다.
꽃은 의외로 향기가 좋지만 뿌리에서 지린내가 납니다.
꽃이 크고 예뻐서 꽃꽂이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고개를 숙이면 숙은노루오줌입니다.
개망초
사실 여름의 주인공은 개망초 입니다. 제일 흔합니다.
계란프라이처럼 노랑과 하양의 색깔 대비도 강렬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개’ 자로 시작하는 놈치고 대우받는 놈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꽃을 안 밟으려고 개망초를 밟습니다.
온 강산에 이놈이 흐드러졌을 때 일제가 쳐들어와 이름에
‘개’와 함께 ‘망(亡)’ 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옵니다.
북미원산으로 전 세계의 온대 지방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분포합니다.
개망초의 다른 이름은 일년봉 천장초, 장두초, 장모초, 지백채, 유마초, 백마란,여완,
야호, 아종소, 아근소, 왜풀, 넓은잎잔꽃풀 망풀, 넓은잎잔꽃풀, 망국초, 버들개망초 등으로 부릅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그 해에 유난히 많이 피었다고 해서
그 때부터 개망초라 불렀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꽃말은 '화해'라고 합니다.
계란후라이를 닮아서 계란꽃이라고도 힙니다.
개망초는 종종 외래종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개망초가 들어온 것도 100년 전 일입니다.
우리에게 외래종과 토종의 기준이 애매합니다.
달개비(닭의장풀)
여름 내내 대나무 같은 줄기를 죽죽 뻗고는 마디마다 뿌리를 내립니다.
생명력이 강해서 뽑혀진 후에도 여간해서는 시들지 않고,
꺾여진 곳에서 뿌리가 나와 또다른 하나의 생명체가 됩니다.
그 끈질긴 삶에 대한 집념을 배웁니다.
꽃 색깔 중에서 파란색은 그리 흔한 색깔이 아닙니다.
흔하지 않은 꽃임에도 흔하게 여겨지는 꽃,
자세히 보면 신비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익모초
'어머니에게 이로운 꽃'입니다.
어머니에게만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좋은 꽃입니다.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쓴맛을 가진 꽃입니다.
한 예로 무더운 여름, 더위를 먹어 식욕을 상실했을 때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입니다
활나물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로서, 우리나라각처의 산과 들에 자랍니다
꼬투리는 타원형이고 갈색 털이 밀생하며 2개로 갈라지며
한국·중국·타이완·인도·필리핀 등지에 분포합니다
1년초로 높이 20~50Cm인 줄기에 위로 향한 털이 있습니다.
활나물은 줄기가 활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연한 순은 나물로 이용합니다.
한방 및 민간에서 전초를 야백합이라 하고 한명으로 농길리라 하는데,
이뇨제나 뱀독의 해독에 이용하며 항암성분도 있습니다.
활나물은 항암작용을 하는 모노크로탈린(monocrotaline)을 비롯한 7가지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는데,
과용하면 모노크로탈린으로 인하여 전신성 출혈,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질꽃
이질꽃은 이름은 못생겼지만,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방에서 이질(설사)을 다스릴 때 사용하는 귀한 들풀입니다.
한방에서 사용되는 들풀의 이름은 대체로 어렵기 마련이고,
본래의 이름과 다르기도 한데 '이질풀'은 그냥 이름 그대로
이질을 다스릴 때 사용되는 풀입니다.
작은 꽃이지만 수술이 있고 암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꽃잎마다 곤충을 안내하는 보라색 길도 있습니다.
설악초
원예종이긴 하지만,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피어납니다
설악초가 무더기로 피어 있으면 하얀 눈이 쌓인 듯합니다.
그래서 이맘때 야생의 사위질빵과 설악초는 초록의 세상에 하얀 눈이 쌓인 듯하여
시원하고 깔끔한 꽃입니다.
꽃며느리밥풀
꽃의 생김새를 알지 못해도 이름만큼은 알고,
꽃에 대한 전설도 아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보라색 통꽃 안에 새겨진 하얀 부분은 쌀알을 닮았고,
여기서 이런저런 꽃 이야기들이 나온 것이지요.
천천히 바라보면 예쁘고 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벌개미취
연보라빛 꽃잎이 고운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입니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구절초등은 꽃의 모양이 비슷해
가끔 헛갈리기도 하는데 7월부터 제일 일찍 피어납니다.
한국의 특산식물로 항균작용이 뛰어나 해수나 천식 등에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청초, 나를건드리지마세요,추억'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란
토란잎에 맺힌 이슬방울들,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아침이니
선선한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잎은 연잎을 닮아서 빗물을 튕겨냅니다.
이슬이 지천인 계절은 역시 가을입니다.
이슬 때문에 풀밭에 들어가기가 꺼려질 정도로 이슬이 많습니다.
이슬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해가 중천이니,
가을엔 신발과 바지를 다 버릴 각오를 하고 일을 합니다.
밤가시는 아직 청년의 초록빛인데 신갈나무 열매는 어느새 익어 가을임을 알려줍니다.
가뭄과 폭염도 이젠 추억의 계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