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꽃이야기

봄은 역시 꽃이 있어서 좋습니다

들연 2014. 4. 10. 20:21

올 봄은 참으로 이상한 기후입니다.

생강나무꽃이 지고 난후에야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게 정상인데,

 

이 봄은 생강나무가 꽃을 피우자 이내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고

앞 다퉈 목련과 복숭아, 살구까지 일시에 꽃을 피웁니다.

 

4월에 눈 내리는 것이야 한 두 해 보아온 것이 아니니 이상할 일도 없으나

나무들까지 잎을 내고 온산에 진달래꽃이 피어난 시점에서 폭설이라니

만개한 진달래 꽃잎이 영하의 날씨에 얼어 선명한 분홍빛채로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농장에 쌓였던 눈은 흔적 없이 녹았고, 봉화산만 하얗게 눈이 덮여있습니다.

겨우내 실내에서 키운 자란은 꽃대가 모두 얼어 버린채 줄기만 남았고

튜립은 줄기도 내밀지 못한 채 잎속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샘추위의 심술 때문에 봄은 엉망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할미꽃이 솜털 보송한 싹을 틔우고,

 

튼실하게 보라색 꽃망울을 세우는 무스카리와

산자고가 예쁘게 피어나는

봄은 역시 꽃이 있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