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시간당 최고 53㎜의 집중 호우가 연이틀 쏟아지면서 춘천시 효자동과 퇴계동, 운교동 지역이 20여년 만에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피해에 대해 주민들은 효자동과 퇴계동 저지대는 의암댐 수위가, 운교동 별당막국수 인근 지역은 춘천시가 시행한 약사천 복원 사업 및 오우수분류화 사업이 피해를 키웠다며 인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춘천시는 의암댐 수위가 높아지면서 저지대는 물론 별당막국수 인근지역까지 수해가 발생했다며 댐 수위 조절을 맡고 있는 한강수력본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반면, 한강수력본부는 춘천시의 요청대로 수문을 개방한데다 댐 수위보다는 상류에서 막대한 양의 빗물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반박,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주민 “의암댐 방류 제때 못해 하수관서 빗물 역류도”
춘천시 “의암댐 수문조절 요청 하수관 빗물 역류 무관”
한강수력본부 “댐 수문 개방 신속 대처. 상류 빗물 다량 유입 원인”
■ 효자동·퇴계동 저지대
|
 |
|
|
이 지역은 공지천 제방 양쪽에 위치한 저지대로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물이 찼던 상습 침수지역이다.
특히 효자동 저지대는 제방에서 2∼3m 정도 낮은 지역에 위치, 춘천시가 빗물펌프장을 조성해 피해를 막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연 이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피해 원인을 의암댐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효자동 건너편 퇴계동 저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공지천 강물이 역류, 피해가 발생했다. 공지천 수위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들은 “의암댐에서 물을 제때 방류하지 않아 빗물이 역류했다”며 “의암댐 수문 조절에 실패한 한강수력본부나 수문 조절 요청을 제때 하지 못한 춘천시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춘천시는 첫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14일 오전 8시 50분쯤 시간당 최고 53㎜의 비가 내리자 20분 후인 9시10분에 한강홍수통제소에 첫 수문조절을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에 따라 의암댐 방류량이 초당 1355t에서 9시20분쯤 2910t으로 늘었고 이어 10분 간격으로 3461t, 4503t, 5033t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둘째 날인 15일에도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6번에 걸쳐 추가 방류를 요청, 수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강수력본부 한강원격감시제어소도 춘천시로부터 추가 방류 요청을 받은 후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아 곧바로 수문을 개방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한강수력본부는 침수 원인이 의암댐 수위의 영향보다는 상류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강수력본부 관계자는 “춘천시의 요청으로 의암댐 수위가 69.37m까지 내려갔지만 공지천 수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며 “공지천 상류인 학곡천에서 내려온 물기둥이 배수구를 막았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계원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심지역에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질 때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저지대부터 침수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도심지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배수펌프 장치를 여러 지점으로 분산해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배수펌프 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전 교수는 “개발 면적이 늘어나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등 자연적인 제약 없이 빠른속도로 이동하게 된다”며 “저지대나 하류지역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침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
|
|
■ 운교동 별당막국수 주변지역
약사천 상류인 별당막국수 주변지역은 복원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봉의초교를 기점으로 하류는 복원이 이뤄져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춘천우체국부터 상류로는 아직 하수관거가 남아 있다.
이 하수관거가 지난 14일부터 이틀동안 빗물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역류, 별당막국수 주변 지역이 침수됐다.
하수관 역류현상은 이곳뿐만 아니라 하수관 위쪽인 바우연못과 팔호광장에서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해 춘천시가 시행한 오우수분류화 사업이나 약사천 물공급을 위한 유지용수관 매설 공사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 김봉옥(62)씨는 “빗물이 하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역류했다”며 “이는 춘천시가 각종 공사를 하면서 시설물을 잘못 설치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춘천시는 지난해 오우수분류화 사업을 실시했지만 오수관을 하수관거 밑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빗물역류 현상과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지역 하수관거 내부에 설치된 약사천 유지용수관 3개 때문에 빗물이 역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수관거(가로 3.5m, 세로 2m) 단면적 8.4㎡ 가운데 유지용수관이 차지하는 단면적은 불과 0.16㎡로 전체 면적의 2%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빗물역류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약사천 유지용수관은 바우연못 하단부에서 외환은행 뒷골목을 따라 광장주유소를 거쳐 강원대 병원 방향으로 매설됐기 때문에 신한은행 춘천지점과 팔호광장 역류 현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약사천 유지용수관 매설 전인 지난해 이전에도 바우연못 주변이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며 “그 때 당시의 빗물 역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온데다 공지천 수위가 올라가면서 약사천 수위도 상승, 상류지역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중대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이번 침수의 원인이 꼭 하수관거 공사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유난히 강한 비가 오랜시간 지속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다만 예전에는 많은 비가 오더라도 팔호광장 인근 지역에 물이 차기는 했으나 대부분 배수로로 빠져 인근 주택이 완전히 침수되는 등의 피해는 없었다”며 “(시민들 사이에서) 춘천시의 배수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고 밝혔다.
/김기섭·이상헌
|
 |
|
▲ 춘천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효자동 일대 저지대 주택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시민들이 조립식 문을 타고 노를 저으며 이동하고 있다. |
빗물이 삼킨 호반의 도시
주택 260곳·도로 90여곳 침수
공지천·약사천 인근 피해 집중
춘천시 효자동을 비롯해 저지대 일부 지역이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침수 피해에 대한 공방도 뜨겁다.
도시 재개발과 관련한 부실공사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의암댐 방류시기 등 치수 정책을 놓고도 관련 기관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춘천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400여㎜. 이 같은 폭우로 저지대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 경사면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잇따랐다. 특히 14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시간당 52.5㎜의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저지대를 중심으로 도심 일부가 물에 잠겼다. 16일 현재 춘천지역에서는 주택 260곳이 침수됐고, 도로 90여 곳이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비 피해는 공지천·약사천 인근에 집중됐다. 효자동과 퇴계동은 공지천 제방과 인접한 저지대로 이틀 연속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랐다. 또 약사천 복원공사 상류지역에서 빗물이 역류, 별당막국수 주변과 외환은행 뒤편 바우연못, 팔호광장 인근이 침수됐다.
이 때문에 14일부터 이틀 동안 효자동 일대를 비롯해 퇴계동 60여곳, 운교동 10여곳 등이 물에 잠겼다.
춘천지역 농공단지 내 입주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퇴계농공단지내 입주업체인 새한공조의 경우 수십t의 토사가 사무실과 공장에 밀려들면서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춘천 창촌농공단지 입주업체인 자이월드도 폭우에 따른 오폐수 역류로 1500만원 가량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