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맞나요?⋯

나무가 깎여나간 자리, 드러난 흉물들

[태양광이 남긴 상처] 1편
산사태 ‘시한폭탄’ 된 태양광 패널
칠전동 대형 발전소, 주민들도 몰라
태양광시설 7.4%는 산사태 위험지에
시 “급경사지 인지, 매년 정기 검사”

 

 
 
나무를 베어내고 산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박지영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춘천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칠전사거리 인근 산 중턱. 이곳에 춘천시가 운영하는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경사가 급한 언덕인 데다 나무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진입도로가 차단기로 가로막힌 곳에서 드론을 띄우니 태양광 패널이 흉터처럼 드러났다. 울창한 숲 사이가 ‘바리깡’으로 정수리 한복판을 민 듯 비어있었고 그 자리에는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태양광 시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이곳 ‘칠전 해드림 발전소’의 태양광 발전 설치 면적은 9690㎡였다. 축구장 1개(7140㎡)보다도 더 넓었다.

 

춘천시가 칠전동 야산에 마련한 태양광 발전 시설. 급경사지에 설치돼 산사태 우려가 커, 장마철마다 안전 점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발전소가 설치된 야산 바로 건너편에는 1400여가구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칠전동 주민 대부분은 인근에 대규모의 태양광 시설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인근 주민 A씨는 “매일 지나는 길이지만 산 아래쪽에서는 눈에 띄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요즘 ‘극한 호우’로 산사태 우려가 큰데, 집 근처에 대규모 태양광이 있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춘천지역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들이 집중 호우시 산사태 위험이 높은 ‘시한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전국 임야에 대대적으로 설치됐다.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반발에 부딪치며 금세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대부분 최대 20년간 시설 운영이 보장되어 있다. 

 

▶산속 태양광 발전소, 산사태 시한폭탄 되다

춘천시는 2020년 칠전배수지가 자리 잡은 야산을 깎아 9490㎡ 면적에 325㎾ 설비용량을 갖춘 칠전 해드림 발전소를 설치했다. 당시 ‘에너지 자립 도시’가 화두로 떠오르며, 2019년에 수도시설 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확보하는 캠페인) 목표 달성을 위해 춘천시장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춘천시는 충분한 일조량이 보장되는 칠전동의 시유지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산 중턱에 자리한 나무를 베어내고, 송전선로와 진입도로, 부지 공사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토양 특성과 물흐름이 바뀌면 산사태 위험이 커지게 된다. 

칠전 해드림 발전소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꼽은 ‘태양광 인근 급경사지’에 포함돼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진 이번 장마철을 앞두고 안전 관리 대상으로 삼았던 곳이다. 지난해 8월에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육동한 춘천시장이 직접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다행히 피해가 없었지만,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반복될 때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춘천 동산면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소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과 갈등을 겪었다. (사진=박지영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1만2527개) 중 산사태 위험이 큰 1~2 등급지에 설치된 곳이 922개(7.4%)나 된다. 산사태 우려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만 강원도내에서도 54개다. 춘천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면적이 가장 넓은 동산면 원창리(2개 시설 합계 2만2464㎡)나 사북면 오탄리(9274㎡)의 발전소 역시 숲이 우거진 산속에 세워졌다.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주거지와 가까워,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게다가 중앙고속도로와 바로 인접한 야산의 경사면에 대규모로 발전 시설이 설치돼 산사태가 일어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산림청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약 8000㏊의 산지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산사태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한다. 2022년 횡성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70대 주민 1명이 숨지고 인근 주택도 두 채가 파손됐다. 이 사고는 인근 산지의 태양광 시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8년과 2020년에는 철원에서 폭우로 태양광 시설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내 산림 중 경사도가 20도를 넘는 급경사지가 65%나 되고, 응집력이 낮은 모래흙의 비중이 높아 지형‧지질적으로 산사태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원창리의 태양광 발전소는 중앙고속도로 원무2터널 부근 야산의 경사지에 설치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정부 방침 따라 급속 추진⋯“매년 정기 검사”

춘천시가 시유지인 야산에 직접 투자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경우도 많다. 칠전 해드림 발전소를 비롯해 춘천시가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시설만 6곳, 1만9654㎡ 규모다. 칠전동뿐 아니라 동면 장학리와 감정리 야산, 심지어는 춘천의 ‘진산’ 봉의산에도 나무를 깎아내고 태양광 시설을 지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도 태양광 발전 시설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칠전동 시설의 경우 급경사지에 설치돼 모래나 암석이 떠내려올 수 있어 추가 공사까지 진행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충분한 일조량이 확보되는 부지를 찾다가 해당 장소를 고른 것”이라며 “급경사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위에도 태양광이” 수질 오염 노출된 저수지

[태양광이 남긴 상처] 2편
태양광, 수질 오염·생태계 파괴
수면 10% 설치 규정, 현실과 거리
패널 망가지면 중금속 유출 우려
강원 3곳 수익 연간 5억원 수준

 

현재 저수율 기준, 용산저수지 수면의 15%가 태양광 발전 패널로 덮여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5일 오전 춘천 신북읍 용산리. 옛 102보충대 인근 시골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초록빛 물을 담은 용산저수지가 나타났다. 저수지의 한가운데 잔잔한 수면 위로 수백 개의 태양광 패널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온몸에 눈이 100개 달린 거인 '아르고스'를 닮아있었다. 이곳은 춘천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 시설 500여곳 중 설치면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용산지구 수상 태양광 발전소’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비 8억1200만원을 들여 2021년 12월 용산저수지에 설치한 498㎾ 규모의 시설이다.

태양광으로 인한 국토 훼손은 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은 미관상 문제 뿐 아니라 빛을 가로막는 차광 효과로 수질을 오염시키고, 중금속 누출 우려까지 있다. 한마디로 물 위의 애물단지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시설만 강원도내 강릉 동막저수지, 고성 도원저수지, 춘천 용산저수지 등 3곳이다.

수면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강릉 동막저수지. (사진=구글어스 갈무리)

▶현실 고려 안 한 수면 위 설치기준

 

수상 태양광의 가장 큰 문제는 패널 설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녹조 현상이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수지 전체 면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상 태양광 시설은 햇빛을 차단해 수상식물의 광합성을 막아 용존산소량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늘어나 수상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면을 뒤덮은 태양광 패널은 저수지 면적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선 안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에 패널을 설치할 경우 면적의 5% 미만이란 조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체 규정조차 유명무실하다. 용산저수지의 경우 현재 수면의 15%가 패널로 덮여있다. 농어촌공사가 허가 받은 것은 저수지 물 면적의 10% 이내다. 저수지 물이 가득찼을 만수위 면적을 기준치로 삼은 것이다.  문제는 평상시 저수율이 만수위에 한참 미치지 못해 실제 물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임에도 저수율이 70%대에 머문다. 이 때문에 실제 수면에서 태양광 시설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아니라 15%를 넘어선다.  용산저수지의 만수 면적은 5.9㏊지만, 5일 현재 저수율은 70.5%(4.2㏊)다. 이 위에 전기사업 허가 기준 현재 저수 면적의 15.3%를 차지하는 6435㎡(공사 6000㎡, 용산1리 435㎡ 합계)의 태양광 시설이 설치됐다.

 

지난해 9월 춘천 용산저수지의 부유물질량은 보통 기준치의 4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용산저수지에서는 태양광 패널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질 오염이 실제로 나타난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용산저수지의 부유 물질량은 ℓ당 62.7㎎이었다. 농어촌공사 수질 환경기준에서 부유물질이 ℓ당 5㎎ 이하이면 ‘좋음’~‘약간 좋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에 비교해 4배 이상이나 됐다.  질소는 ℓ당 5.216㎎이 검출됐는데, 보통(0.6㎎ 이하)의 8배가 넘는 수치다.

▶‘농촌의 생명수’ 수질 오염 가속화

중금속 유출 우려도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국립환경과학원의 협조로 실험한 결과, 태양광 폐패널에서 구리‧납‧비소‧크롬 등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특히 다량 검출된 납은 낮은 농도일지라도 흡수 시 신경, 소화기, 심혈관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수상 태양광이 철새를 비롯한 수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다. 저수지는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에, 조류 배설물로 인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발전 효율을 위해 조류 퇴치 시설을 설치해, 새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다. 태양광 패널에 묻은 철새 배설물을 화학 세정제를 사용해 닦아낼 때도 수질 오염이 발생한다. 2020년에는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의 수상 태양광 시설이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유실되면서 인근 교각까지 떠내려간 사고도 있었다.

 

2020년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의 수상 태양광 시설이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유실되면서 인근 교각까지 떠내려간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구글어스 갈무리)

도내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설비는 설치면적만 다를 뿐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강릉 구정면 동막저수지의 경우도 현재 수면의 12.8%를 차지하는 6348㎡ 규모의 태양광 시설 설치를 허가받았다. 고성 토성면 도원저수지는 만수 면적 38.8㏊ 중 현재 54.3%(21.1㏊)의 물이 차 있고, 그 위에 4588㎡의 패널(수면의 2.2%)이 있다. 설비 발전량과 발전단가로 추산했을 때 세 곳의 수상 발전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모두 합해도 연간 5억61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에서 환경에 미칠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수익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상 태양광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당초 춘천 서면 서상저수지와 신북읍 지내리저수지에도 각각 설비용량 800㎾, 설치면적 9600㎡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추진했다. 2018년 전기사업 허가까지 받았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포기했다. 자칫하면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춘천지역 저수지 7곳 중 3곳이 태양광 시설로 덮일뻔했다. 최근 충남 서천 부사호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이던 90㎿ 규모의 수상 태양광 시설도 주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충북 제천의 백곡저수지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는 농어촌공사의 계획을 두고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다.

 

저수지 위 태양광 패널, ‘산불 진압 방해꾼’ 된다

산불 진압 시, 헬기가 저수지 용수 활용
수면 위 태양광 패널, 헬기 작업 장애물
2020년 고성 산불 당시 초기 진압 지연
봄철 산불 우려 큰 영동지역 특히 위험

강원 고성에서는 실제 수상 태양광 시설이 산불 진화 작업에 지장을 준 사례가 있었다. 2020년 5월 고성 토성면 도원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전국 각지에서 헬기 38대와 인력 5000여명이 투입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이 산불로 산림 85㏊가 불탔고 2300여명이 대피했으며 주택과 창고, 축사 등 건물 6채가 전소됐다. 이 중 일부는 산불 발생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원저수지에서 물을 담아 현장으로 날랐는데, 수면의 태양광 패널이 장애물로 작용하며 취수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설치된 수상 태양광 시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면에서 태양광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산불 발생 시 진화용 헬기가 저수지에서 물을 담기 어려워진다. 태양광 패널이 헬기 조종사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도 있고 다른 곳으로 우회하며 진화 작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저수지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산불 발생 시 헬기가 진화 작업을 위한 물을 확보할 때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헬기가 공중에서 정지 상태로 저수지의 물을 뜰때 추락 위험이 높고, 태양광 패널은 사고 위험을 키운다. 영동지역 산불 진화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헬기 기장은 “헬기가 저수지에 접근할 때 하강풍이 발생하기 때문에, 바람으로 인해 태양광 패널에 손상이 생길 위험이 있어 작업이 어려웠다”며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저수지는 물을 뜰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진화 작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수익 1곳당 월 평균 185만원, 환경 훼손 비용은 ‘측정 불가’

춘천 태양광 발전소 583곳 운영
발전소 1곳당 수익 연 2221만원
2018년 이후 신규설치 줄었지만
흉물 지적 불구, 향후 20년간 보장

 

춘천 동산면의 한 야산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 대규모 벌목 작업 후 숲 한가운데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에서 수익을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연간 13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 파괴 비용이 더욱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태양광 대신 산림을 그대로 보전하면 이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 흡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29일 기준 춘천 내 전력 판매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소는 583곳, 발전소 용량은 68㎿이다. 지난해 춘천에서 생산된 연간 태양광 발전량은 7만7553㎿h였다. 지난해 춘천지역 가구당 연간 평균 전력 소비량(2590.68㎾h)을 기준으로, 춘천 전체 가구 5곳 중 한 가구꼴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자들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전력거래소가 발전업체로부터 사는 춘천의 태양광 전력을 평균 도매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129억5135만원에 달한다. 발전소 583곳에서 1곳당 연 2221만원 수준의 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산림을 보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 면적의 산지에서 이뤄지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분석한 결과, 태양광 발전은 20년간 이산화탄소와 초미세먼지를 줄여 2억4100만원의 환경적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태양광 발전을 하지 않고 산림을 그대로 보존할 경우 512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7t의 초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어 3억6900만원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했다. 여기에 토사 유출 방지, 산림 다양성 보전 등 공익적 효과(2억7700만원)를 더하면 6억4600만원의 가치가 있다. 산림 보전이 태양광 발전과 비교해 3배 많은 편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발전사업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춘천지역 태양광 발전소 현황. 춘천 내 태양광 시설에서만 약 130억원의 경제적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인허가 현황을 살펴보면 춘천에서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경우는 744건이다. 이중 479건에 대한 태양광 사업이 시작됐다. 발전 설비 용량이 1000㎾를 넘는 대형 태양광 사업 중 개발이 시작된 경우는 8건에 달한다. 이미 13건이 허가를 얻어 앞으로 더 많은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추가로 설치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빠르게 늘었던 태양광 시설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18년 11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때 허용하는 산지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하면서다. 춘천의 경우 신규로 지어진 태양광 발전소가 2019년 100곳(8.92㎿)이었지만 2020년 77곳(5.21㎿), 2021년 56곳(5.7㎿), 2022년 67곳(5.41㎿), 2023년 70곳(4.21㎿) 등으로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야산 곳곳에 만든 태양광 시설은 아무리 흉물처럼 변해도 쉽게 철거하기 힘들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최초 10년 이내, 이후 최초 허가 기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지 전용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설치된 이상, 최대 20년은 보장하는 셈이다. 대체로 태양광 패널의 수명과 비슷한 기간이다.

김영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전략연구과장은 “태양광 발전 사업 진행 시 이산화탄소 흡수, 미세먼지 저감, 산림휴양 등 환경 보존의 공익적 가치가 훼손될 염려가 크기 때문에 친환경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사업 대상지 산림을 그대로 보존하는 편이 환경적 편익이 커 산림에서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는 보다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양천댐 건설 결사 반대한다"

8일 환경부 주민 대상 비공식 설명회 열었지만, 지역사회 반대운동 확산

 


환경부가 단양천댐 건설 관련 사업 설명회를 열었으나

지역사회에선 댐 건설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 김구범 수자원정책관과 김진원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시설처장 등은

8일 오후 충북 단양군 단성면사무소에서 주민 대상 (비공식)설명회를 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설명회에서 김 정책관은 댐 추진 절차,

김 시설처장은 댐 사업개요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정책관은 "후보지안이 발표된 뒤 일주일이 넘었으나 우려와 걱정이 많다.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대부분 단양군이나 단양군민과 상의없이

댐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이미 40년 전 충주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주민들이 생겨나고

각종 규제로 생활불편, 경제적 피해 등을 겪고 있어 댐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성면이장협의회(회장 이종욱) 등 민간단체들은 설명회 자체가

댐 건설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참석을 거부했다.

이 회장은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가 품질이나 가격을 보는 것이지 안 사는 사람이 뭐하러 보냐"며

"우린 댐 건설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환경부나 수자원공사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8일 오전 단성면이장협의회 월례회에서는 단양군이 마련한 설명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주민은 "댐건설에 반대한다는 군수가 환경부 관료들에게 설명회를 요청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군민 모르게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중앙정부의 부당성을 항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다른 주민도 "단양 8경 가운데 3경이 잠기는 지역 현안을 놓고

단성면 사회단체 대상 설명회가 말이 되느냐"며

"단양천 댐 건설문제를 임의로 축소하고 지역갈등과 주민대립 양상으로 치달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단양천 댐 건설에 반대하는 사회단체의 플래카드도 곳곳에 걸렸다.

이들은 '단양댐 건설을 기안하고 발표한 자, 즉각 철회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충주댐 한 번이면 됐다. 지역주민 무시하는 단양댐 건설 결사 반대한다',

'일방적 댐건설, 지방자치 역행하는 환경부는 각성하라',

'단양환경 무시하는 단양천댐 원천 반대' 등을 주장했다.
한편 단양군의회, 신단양지역개발회 등 지역사회에서는 댐추진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전남 환경단체 "댐 건설, 토건족 먹거리 아니냐"

12개 단체 순천서 회견 "댐 건설, 기후위기 대응 방법 아니다"


전남환경운동연합과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광주·전남 12개 시민단체는 3일 윤석열 정부의 신규 댐 건설 계획에 대해 "댐 건설은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순천시 청소년수련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신규 댐 건설 계획은 기후 위기 대응을 가장해 토건세력의 먹거리를 늘리려는 발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환경부 주관으로 순천에서 개최되는 '순천시 와룡동 옥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 설명회를 겨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 30일 화순·순천·강진 등 전남 3곳을 포함한 전국 14곳을 기후대응 댐 후보지로 선정, 발표했다.

화순·순천·강진 전남 3곳, 댐 후보지 포함... '사전 논의 없었다' 화순, 반발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키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이라고 당시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전남환경운동연합 등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신규 댐 건설 계획은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후문맹적 발상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댐은 홍수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며 "정부는 전국의 수해가 마치 그간 댐을 짓지 않아서 일어난 것처럼 표현했으나, 최근 발생한 수해 피해는 제방 관리 부실,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특히 "2020년 큰 피해를 낸 섬진강 물난리의 경우, 큰 비가 오기 전 댐 물그릇을 미리 여유 있게 비우지 못한 '홍수 통제 실패'와 제방 관리 실패가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 주민 동의와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없는 댐 건설은 폭력이다"고도 했다.

환경부는 지자체 건의를 토대로 댐 건설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후보지로 선정된 화순군(주암댐)의 경우 사전 신청도, 건의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댐 건설 후보지로 전남지역 3곳이 선정된 데 대해 환영 논평을 낸 전라남도를 겨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전남에서 가장 심각한 물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섬 지역 물 부족 문제"라며 "도서지역 물 부족 문제 해결 방안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와 논의도 없었고, 지자체가 신청도 하지 않았던 화순은 정부 계획에 포함돼 있다. 도민 생존권과 환경보전을 위해 전란남도가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려보자, 전통시장!

런던 보로우 마켓은 어떻게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을까

고려시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전통시장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해방 직후 전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1960년대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전통시장은 시설이 낙후해 위생 문제, 주차 공간의 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었으며, 현대화된 유통 시스템과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하는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더구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들은 편리함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되면서 전통시장의 고객층은 줄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초기 단계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지역축제, 문화행사, 먹거리 골목 조성, 청년창업 프로그램, 온라인 판매채널, 모바일 결제 도입 등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레트로 감성을 갖고 있는 MZ세대들의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와 K-팝, K-드라마, K-미용, K-음식이라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의 광장시장, 남대문 시장, 통인시장 등은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의 전통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운영방안이 필요하다. 오늘날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식료품 시장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보로우 마켓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보로우 마켓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아보자.

런던의 보로우 마켓

보로우 마켓은 런던에서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 13세기경에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농산물, 고기, 어패류 등이 거래되는 길거리 시장이었다. 17세기 런던 대화재 이후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시장들도 재정비 되었고, 보로우 마켓은 현재 위치인 런던 브리지 주변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19세기 산업혁명 기간 보로우 마켓은 런던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을 받았다. 시장은 현대화 되면서 더욱 확장되었고, 다양한 식료품과 산업용 제품들이 거래되었다. 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런던이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을 하는 동안 런던 시민들의 식료품 수요를 충당하는 중요한 도매 시장으로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영국 내 대형 유통업체와 슈퍼마켓 체인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소규모 도매시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들은 더 효율적인 유통망과 대규모 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도매시장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또한 런던의 도시개발과 교통체계의 변화로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 등으로 보로우 마켓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방문객 수가 감소하게 되었다.

보로우 마켓 재개발 사업과 신탁 설립

1990년대 후반,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제적 성장을 촉진하려는 토니 블레어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이 시작되면서 보로우 마켓과 그 주변지역이 재개발되기 시작했다.

런던시와 보로우 마켓이 위치한 사우스워크 구(London Borough of Southwark)는 보로우 마켓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재개발을 이루기 위해 지역 주민과 상인들과 협력하여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보로우 마켓 재개발 사업에는 시장 건물의 보수 및 현대화, 상업적인 활성화, 공공공간 개선 등의 다양한 사업이 포함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인 시장의 운영과 유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시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1998년 보로우 마켓 신탁이 설립되었다.

보로우 마켓 신탁은 지역 사회와 시장 상인들이 협력하여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다시 시장의 유지보수, 개선, 그리고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에 재투자된다. 신탁은 사우스워크 자치구가 갖고 있던 시장의 소유권과 관리의 책임을 인수하여 시장의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신탁 설립 이후, 보로우 마켓은 지역 비즈니스 중심의 도매시장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시장으로 전환되었다. 다양한 고급 식재료와 특색있는 음식점들을 유치하면서 미식가와 관광객들을 위한 명소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또한 영화, TV 프로그램, 미디어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시장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큰사진보기   런던 보로우마켓 주말 풍경  
보로우 마켓의 활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보로우 마켓을 포함한 주변 지역의 재개발 프로젝트는 전체적인 지역의 가치를 상승시켰고, 고급 상점과 식당들을 런던 브리지 주변으로 모여들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압박을 겪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상업용 임대료의 상승은 전통적인 소규모 상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어 일부 전통적인 상점들은 이로 인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했다.

보로우 마켓 또한 런던의 중요한 관광지로서의 인지도 상승과 고급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상업적 가치를 높이면서 시장 임대료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보로우 마켓에 입주하기 위해 기존의 상인들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의지가 있는 상인들과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층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로우 마켓 신탁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임대료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임대료 상승의 속도를 조절하여 기존 상인들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시장을 떠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두 번째, 전통적인 소규모 상인들이 시장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임대료 보조, 시장 내에서의 마케팅 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 보로우 마켓 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상인 구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급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는 상인들을 시장 내에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네 번째, 지역 사회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시장의 변화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보로우 마켓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접근성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의 일부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로우 마켓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외부 투자자와 고급 상인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임대료 상승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시장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변화를 피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상인회,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보로우 마켓 신탁과 같은 전통시장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장 운영기구의 설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윤 정부가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책... 대참사 우려

강을 파헤치고 둘러치고 가로막는 것이 환경부 역할?

 

/오마이뉴스

 지난 7월 30일 환경부 김완섭 장관(가운데)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에 대한 첫 번째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굽이굽이 제 길 대로 흐르던 물길은 막히고 바닥은 패인 채 폭은 좁아지고 직선화되었다.

댐과 준설, 제방이란 토목기술을 동원해 홍수 예방, 가뭄 대비란 이름을 걸고 댐을 건설하며 수변공간을 개발한 이후다.

그렇게 하천은 단절되고 변형된 채 수생태 고유의 모습을 잃어갔다.

많은 비가 오면 침수된 것은 하천을 토목기술로 잘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 때문이었다.

자연 범람원을 잃은 하천은 원래 그곳이 물길이었음을, 물의 자리였음을 알려준다.

댐과 직강화로 물길을 막고 가두며 기형적으로 왜곡시키는

물관리 정책을 그만두고 제 모습대로 돌려놓으라는 경고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댐 14곳을 더 짓겠다며 후보지를 발표했다.

그것도 기후대응댐이란 가당찮은 명칭을 붙이면서.

지난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위기로 빈번해진 극한 홍수와 가뭄,물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물그릇 확보가 필요하다며 신규 기후대응댐을 14개 짓겠다고 발표했다.

 

후보지는 유역별로 홍수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도출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건의해 옴에 따라 적정성을 검토하였다는 설명이다.
 

용도별로는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 권역별로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원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그러나 어떠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댐 후보지를 도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해당 지역에 왜 댐이 필요한지, 주요 댐 후보지에 필요한 용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부족한지, 가뭄 지역과 해당 지역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현재의 물그릇으로는 장래의 물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며 느닷없이 댐 건설을 통해

연간 2.5억 톤의 수자원을 확보해보겠단다.

 

지난 14년간 하천을 대상으로 대형 토목 건설 사업을 한 곳도 진척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막급으로 여기며 댐을 짓겠다는 것이다.

강을 파헤치고 둘러치고 가로막는 것이 환경부의 역할일 수 없다.

과거 국토교통부가 제멋대로 강을 개발했던 그 일을 대신하라고

물관리 권한을 온전히 환경부로 이관한 것이 아니다.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수질, 수생태계 보전을 위한 물관리 정책으로 전환 과제를 수행하도록,

그동안 국토부 산하 수자원공사와 이원화되어 있던 물관리 정책을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이다.

그런 환경부가 하천을 대상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 낯 뜨거웠을까?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이란 그럴듯한 말로 댐 건설 사업을 정당화하려 든다.

 

댐 건설로 인해 파괴될 수생태계와 수몰로 인한 주변 지역 파괴,

생물다양성 훼손은 이젠 환경부 관심 밖의 사항이 되었으니,

환경부가 국토부가 되어 버린 것과 다름없다.

평균 1km를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우리 하천

'전국 하천(2만 9853km)에는 0.9km마다 인공 구조물(3만 3914개의 보)이 설치되어 있고

제방과 도로 등 횡적 인공구조물로 상·하류 생태계가 단절되어 있어

자연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야기되어 왔다.

택지, 도로, 산업단지 등으로 인해 하천 수변 및 습지 등 수생태계 서식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왔다.'

위 말은 환경단체가 쓴 보고서의 구절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세웠던 우리나라 물 관련 최상위 계획인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내린 진단이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지난해 9월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 계획을 졸속으로 수정 변경하며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보의 해체나 상시 개방과 같은 과제들을 삭제해 버렸다.

 
우리나라는 강물을 주요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나라다.

식수원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16개의 거대한 보로 가둔 4대강 개발사업 이후

우리는 해마다 짙은 녹조를 목격한다.

녹조는 수온이 높고 인산염 농도가 증가하고 체류시간이 길 때 발생한다.

특히 낙동강의 유속은 4대강 사업 이전에 비해 유속이 수배나 느려졌고

짙은 독소의 녹조를 저주처럼 경험케 한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는다는 사실을 4대강 개발사업을 벌였던 과거처럼

이 정부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막힌 강물을 흐르게 하고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재자연화 정책을 기조로 삼았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뒤엎었다.

4대강의 보를 존치시키겠다는 것도 모자라,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댐을 더 짓겠다고 한다.

가뭄과 홍수 예방이라던 16개의 거대한 구조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환경부가 의뢰했던 대한토목학회의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는 16개 보가 홍수 발생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오히려 홍수위 상승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선진 정책은 댐 건설 아닌 철거

대조적이다. 유럽은 2023년만 해도 487개의 크고 작은 댐을 철거했다.

2020년 11개 국가에서 101개의 구조물을 철거한 데 이어,

2021년 239곳, 2022년 325곳의 구조물이 철거되는 등 그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 국가들이 댐을 철거하는 이유는 공공의 안전과 기후위기 극복, 지역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횡단 구조물이 어류의 이동통로를 차단하고 번식 및 서식지를 파괴하며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의 위협 요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댐으로 가둔 저수지가 오히려 증발산으로 물 부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은 2미터 이상의 댐이 9만 개가 넘는데, 높이가 각각 33미터, 64미터에 이르는

대형 엘와댐과 글라인즈캐니언댐이 철거된 바 있다.

향후 수천에서 수만 개의 댐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댐으로 대표되는 국가였으나, 이젠 댐 철거국을 대표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도 있지만, 연어가 거슬러 올라올 수 있도록

하천 생태복원, 지역 공동체 회복을 우선시한다.

두 댐의 철거 이후 강은 빠른 속도의 복원력 보여주었고

회귀하는 연어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수질오염과 주변 갯벌의 황폐화, 생물종 급감을 경험하며 간척지를

다시 갯벌 복원으로 돌아서듯,

이미 선진국의 정책은 하천의 재자연화, 복원으로 세계는 방향을 틀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행정은 댐을 지어야 할 구조물이 아니라 철거해야 하는

낡은 유물임을 인식하지 못하며 오히려 과거를 향해 간다.

 

더 나은 상상과 진전된 논의에 대한 갈망은 이 정부 이후 번번이 배반당하며

해묵은 과거의 논쟁을 반복해야 한다. 회귀하는 논쟁은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 가운데 기후와 생물다양성은 거대한 참사에 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참사는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회복은 서로 분리된 개념도,

하나가 다른 하나를 넘어서야 하는 상충된 관계가 아니다.

기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회복이 필수적이며,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서는 하천이 본래의 고유성과 자연성을 간직하도록 두어야 한다.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구조물을 철거하고

물길이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도록 인간과 생태계 공존을 위한

하천관리 정책을 펼쳐야 할 마당에 기후위기의 근원적인 대응으로

댐을 주장하는 정부의 현실 인식, 무개념 정부, 몰지각 환경부에

어이없음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