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겨울나기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요즘 추위는 너무한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구제역과 AI 소식으로 간장 된 세상에

동장군까지 기습 하였으니 마음까지 움츠려듭니다.

전국을 꽁꽁 얼린 한파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한파 속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서운 한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봄을 준비하는 파란 싹들을 보니,

춥다고 웅크리고 앉아 날씨 타령만 했던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봄을 틔우는 새싹처럼, 꿋꿋하게 이 한파를 이겨내야지요.

구암동산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빈밭에 지난가을에 피었던 해바라기가 드문드문 남아있고

눈덮인 대지 아래로는 지난 가을에 파종한

야생화가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덮혀 있어 온 대지가 흰빛입니다

눈이 녹은 자리에 드러나는 흙빛이

마치 듬성듬성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궁금해서 눈을 헤짚고 살펴보니 파릇한 싹이 숨어있습니다.

'새순이 트는 봄에 오면 이곳도 좀 풍성해지겠지'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눈덮인 계곡 아래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싶어 들여다 보지만

겉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오르는 길에 쉼터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 있는데

이곳은 바위들과 어울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미 다녀간 발자욱이 선명합니다

누굴까.. 농장을 몰래 습격한 녀석이...

울타리를 따라 발자국이 어지럽습니다

아마도 이곳을 침입한 녀석들이 탈출구를 찾아 계속 맴돌은 게 역력합니다

발자국을 따라가 봅니다

울타리 넘어도 발자국이 남겨져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해서 도착한 곳은 작은 동산

이곳에서는 농장 전체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소나무 동산이 펼쳐져 있는데

솔향기를 맡으며 즐기다보면 몸도 마음도 정화가 되는 기분입니다.

아래로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니 시야가 확 트여

가슴 속 까지 뻥 뚫리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엔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건너집들이 다 들어나고

옆집은 이동주택을 새로 지었습니다

저 멀리 대암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머리 위 봉화산 정상으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작은 동산 입니다

저수지쪽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리 얼음이 두껍게 얼었지만

물 위를 걷는다는 건 조금 무서워서 망설여집니다.

얼음호수 위를 걷는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겁니다.

얼음위로 선명한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저수지를 건너 농장으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눈 덮인 겨울 저수지도 아름답지만 눈이 다 걷히고 얼음이 녹으면

잔잔한 호수의 풍경 또한 기대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얀 세상 아래 감춰진 모습들을 상상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금은 삭막한 벌판이지만

누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우체통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작고 아담한 모양으로 생각을 했는데

텅빈 농장에 관리가 어려울 거 같아 철제로 준비했습니다

꽁꽁얼은 대지위에 기초를 세울 수 없어

철근을 심고 대충 얽어 세워놓습니다

돌아가는길

다시 대문을 잠그고 내년 봄을 기약합니다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자연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난 이곳에서 오래된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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