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봉산행
추석이 숨가쁘게 지나갔습니다
비가 온다는 구라청 예보와는 반대로
그지없는 맑은 가을 하늘과 신선한 바람입니다.
주차장에 가득하던 차량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홀로 있는 섬처럼 외로운 날입니다
계속 집에 있다가는 '잉여인간' 되기 딱 좋다는 생각에
핸드폰과 배낭을 챙겨들고 산행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의 산행
지난 겨울 집사람이 팔목을 다치는 바람에
이런 저런 이유로 산행을 포기합니다
휴일이면 쏟아지는 길고 긴 여름 장마는
산꾼들조차 꺼리는 바람에 그냥 쉬고 말았습니다
더해서 초보농군이 벌려 놓은 농사일이
쉬는날이면 어김없이 발목을 잡아당깁니다
십수년을 걸어온 산길이지만
올해는 그렇게 산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배낭을 꺼내봅니다
아이젠.스패츠,두꺼운 장갑,겨울모자..
겨울산행 장비가 아직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산행길에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간식과 물 그리고 디카를 챙깁니다
말이 산행이지 가까운 검봉으로 체력시험이나 해보자고
떠나는 길입니다
번잡스런 산길을 피해
검봉 ‘국민의숲’ 으로 들어섭니다
이곳도 지난 여름 폭우가 스쳐간 상처가 깊어
그 많은 들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숲길은 평화로 가득하지만
산길을 오르는 발길은 가쁜 숨으로 힘이 듭니다
그나마 가끔씩 만나는 반가운 들꽃이 있어
발길을 멈추며 눈맞춤을 합니다
눈빛승마
까치깨
흰진범
가시여뀌
용담
산괴불주머니
차조기
문배마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입니다
그냥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상수도공사를 빌미로 등산로를 모두 파헤쳐 놓았습니다
이대로는 겨울철 눈길을 피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온 산길이 허물어져 내립니다
구곡폭포
옛길을 고치고 계단을 더 높였습니다
빙벽훈련장은 난간으로 막아놓고
좁은 전망대는 사람으로 시장을 이룹니다
주차장
욕심으로는 봉화산으로 내달리고 싶지만
게으른 탓으로 떨어진 체력을 실감합니다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우라지게 맑은 가을하늘,
고개 들어 하늘이 만들어 놓은 진수성찬을
눈으로 거하게 들이켜 봅니다.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