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흘림골

        ○ 위치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 코스 : 흘림골매표소~여심폭포~등선대~12폭포~주전골~성국사~오색매표소        ○ 일자 : 2008. 4. 6(일)        ○ 시간 :  4시간 /맑음

    남설악자락 오색 주전골 바로 위에 있는 흘림골은 2004년 20년만에 자연휴식년제에서 풀어진 계곡 산행길. 때문에 수백 년된 전나무와 주목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천연림이 형성되어 있고, 조망이 뛰어난 등선대를 거쳐 주전골과 이어지는 계곡 코스다. 특히 한계령에서 가까워 접근이 쉬운데다 산행길이 험하지 않으며 폭포와 기암과 소등 비경으로 이어진 등산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흘림골은 지금 삭막한 히말라야의 퇴석빙하지대를 보는 느낌이다. U자형으로 깊이 파인 골 양옆은 허물어지고, 커다란 바윗덩이와 바위에 맞아 으스러진 아름드리 거목, 집채 만한 바위에 깔린 수해목, 깨져나간 바위, 무너지는 흙사면 등 모든 상황이 빙하지대와 엇비슷했다.

    흘림골은 주전골에서 만들어진 엽전을 너무 많이 지고 가다 줄줄 흘리고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하고, 여심폭포의 물줄기가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한다.

흘림골 매표소앞 한계령휴게소에서 오색쪽으로 구비구비 3km쯤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휘감아 도는 계곡 입구. 국도변의 비탈 좁은 곳에 옹색하게 세워진 매표소가 있다

지나 계단을 잠시 오르면 순식간에 원시 풍광으로 변한다.등산로에 쓰러져 있는 수백년은 묵었음직한 거대한 전나무 도저히 치울 수가 없었는지 중간에 톱으로 나무를 잘라내고 길을 터놓았다.

서서히 계곡을 타고 오름을 시작하건만 산비탈은 깎이고 허물어져 내렸다. 지난여름 수해의 흔적이 너무나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여심폭포 왼쪽 사면으로 건너서는 급비탈을 오르면 오른쪽 협곡 안 깊숙한 곳 한 줄기 가는 물줄기가 흐르는 폭포가 있다 한자 표기가 ‘女心’ 아닌 ‘女深’인, 은근히 외설적인 이름이다. 보기에도 여성스러운 모습이지만, 신혼부부가 이 폭포의 물을 받아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불편함을 감내하며 이곳을 찾았다는데... 흰눈이 덮여 접근포기 자연은 모든 것을 은밀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옛날 얘길 하나 전한다. 조선 선조 때 일이다. 아내의 간통을 적발한 남편이 아내의 '심처'를 돌로 쳐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조정은 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 다시 말해 성(性)을 천한 것으로 여기던 시대에 여성의 성기를 공문서에 기록하기가 영 거북했던 것이다. 해서 궁리 끝에 이렇게 적었단다. '모나지 않는 돌로(以無方之) 차마 못 볼 곳을 때려 죽였다(打殺不忍見之處)'. 이후 '불인견지처'는 여성의 성기를 고상하게 에둘러 이를 때 쓰는 표현이 됐다. 여심폭포 아래에서 '불인견지처'가 떠오른 건 당연하다.

깔딱고개 웃고 떠들며 요란스런 여심폭포 앞을 지나면 물줄기는 끊어지고 잔설이 깔린 비탈은 가파른 경사로가 이어진다 남설악의 비경을 구경하기 위한 고된 고갯길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무렵 능선위에 올라서면 기암사이로 백두대간 주능선 풍경이 들어앉는다.

삼거리 작은 공터를 이룬 안부 등선대를 오른다.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 다시 우측으로 계단을 따라 하늘로 오른다

가지 한 쪽은 바람에 다~ 내어주고 외로이 등선대를 지키는 소나무 한그루 /여심폭포 0.3km, 등선폭 0.4km, 등선대 0.4km

등선대(1004m)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 기암괴석의 바위덩어리를 힘겹게 오르면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비탈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만물상 중앙에 솟은 등선대는 서북릉을 거쳐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남설악과 점봉산 일원이 한눈에 조망되는 뷰포인트. “역시 등선대요, 역시 설악산”이다.

사방으로 펼쳐진 남설악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뾰족바위로 뒤덮인 산들이 연봉을 이룬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만물상이다. 등선대는 만물상의 중심인 셈이다.

한계령 옆에 톡 튀어나온 봉우리는 귀떼기청봉이고, 능선을 따라 오른쪽 능선 너머에 우뚝 솟은 건 대청봉이다.

뒤돌아보면 점봉산, 바로 앞엔 칠형제봉이 늘어서고 동쪽으로는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묘한 형성으로 솟구친 수많은 암봉들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조화 속에서 절경을 이룬다. 길고도 긴 계단길을 내려서고

까마득한 바위위에 버티어 선나무가 보여주는 멋진 실루엣

암벽위로 소나무가 어우어진 신비의 풍경으로계단길을 가가 서다...척박한 대지에 생명의 줄기인 뿌리를 드러내 놓고 선 저 모습에 숙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무명폭포1계곡을 타고 흐르는 폭포를 만난다오르면 암벽이요, 내려서면 폭포..이것이 흘림골이다

그 소박함에 붙들려 쉬어가고픈 충동 폭포옆에 앉아 무심히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하기 이를데 없다. 잠시휴식

하늘을 가리는 기암의 연속푸른 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숨겨진 비경은보지 않고는 모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시 이어지는 계단길을 내려서면

등선폭포 굴러 떨어지다 입구를 막은 듯한 바위돌 사이로 바닥을 타고 흐르는 맑은물은 마음까지 시원하다 나무들은 건강하고, 계곡물소리는 청아하기 그지없다.

능선 비탈을 돌아가다 뒤돌아본다. 등선대와 그 일대의 침봉군들이 일제히 드러난다. 여기저기서 불끈 치솟은 침봉들은 장관이기도 하거니와, 그 사이의 공간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이 나그네의 마음은 급하지만, 저 거대한 바위는 비바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기자리를 굳세게도 지키고 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계단길점봉산으로 갈라지는 계곡을 만난다 계곡의 물은 아직 겨울바닥엔 잔설이 남아있다 /중식

이 맑은 물줄기들 흘러내린 산봉우리를 바라본다. 거침없이 내달려 하늘로 솟았다.건너로 보이는 까마득한 절벽위로각가지 표정을 간직한채 계곡을 지킨다

12폭포 고갯마루에서 계단길을 내려오자 이내 주전골 12폭포다.긴 암반을 따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와폭 상단부의 와폭까지 합치면 족히 100m도 넘을듯 과거엔 이곳 12폭포까지만 왔다가 되돌아 내려가야 했는데, 이제는 길이 통한 것이다.

몸도 마음도 모두 비친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지친 몸의 피로가 사라진다. 지나 온 삶 마음 깊이 쌓여 있는 묵은 때들이 씻겨진다.

건너로 보이는 무명폭포바위틈을 빠져나와 하얀천을 드리우고이내 계곡으로 사라진다다리를 건너 산비탈을 따라 이어지는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계곡엔 물소리가 가득하다

선녀탕 옥같은 맑은물이 청류로 흐르다 아담한 소를 이루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던 그 물이 지금은 수해로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도 주변 산록에 단풍이 들면 물론 기막힌 절경이 될 것이다.

용추폭포 갈림길 왼쪽으로는 설악의 또 다른 비경인 계곡을 만난다. 계곡은 벗겨지고 파헤쳐 졌지만 흐르는 물소리는 봄이다

금강문 욕심이 많은 사람은 통과할 수 없다는 금강문 다리를 건너면 길은 다시 평탄해진다

주전골 가파른 내림길의 계단을 따라 가다 넓은 계곡 옛날 도적들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 위조 화폐를 만들다가 붙잡힌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가을엔 단풍과...오색의 약수로 몸살을 않아야 하는 곳 주전폭포부터는 길이 완만해진다.

제2약수 온정골과 주전골이 합류하는 지점 물맛은 원조 오색약수보다 약한 편이지만 망가져버린 계곡에서 약수터를 그냥 지나치고

성국사 일설에는 다섯 가지 색의 돌 또는 여러 가지 색깔의 돌들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에 오색석사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오색석사는 이 절 마당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오색나무(오상나무)가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비문에 이미 오색석사란 절 이름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절은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신라고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색약수 건너는 계곡마다 새로 만든 예쁜 출렁다리를 지나면 오색천 개울가의 너럭바위 암반에서 오색약수가 솟는다.

조선시대인 1500년 무렵에 오색석사의 승려가 처음 발견했다고 전하는 오색약수는 3개 구멍에서 솟는데, 위쪽 약수는 철분이 많고 아래쪽 2개 구멍은 탄산질이 많다. 아래쪽은 남성들이 마시는 양(陽)약수, 위쪽은 여성들이 마시는 음(陰)약수라 한다. 위장병, 빈혈, 경계 질환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개발로 과거에 비해 분출량은 줄어들었으나 아직까지 유명세는 그대로다.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한 모금 마시기 위해서 줄을 서있어야 한다. 명물 오색 약수터도 이제는 전설로만 남을 지경에 이르렀다.

상가를 지나 주차장 옛맛을 잃어버린 돌아오지 계곡 짧은 산행길에서 아쉬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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